▲”노을이 물들자, 서면 전체가 하나가 됐다” 제2회 ‘노을, 서면에서 봄’ 행사 성황리에 마무리
-주민이 기획하고, 주민이 실행하고, 주민이 감동받은 ‘진짜 축제’-
[경상뉴스=이경용 기자]황금빛 노을이 서상항을 붉게 물들이던 4월 11일, 남해군 서면 서상게이트볼장과 노을 길 일원에서 제2회 ‘노을, 서면에서 봄’ 행사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오전 11시 개회식을 시작으로 오후 7시 피날레까지, 유채꽃 노란 물결과 서상항의 금빛 노을을 배경으로 펼쳐진 이날 행사는 단순한 봄 축제를 넘어 “주민이 만들고, 주민이 누리는 공동체 축제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추억의 교복으로 등장한 주민자치회, 첫 단추부터 웃음꽃
이날 개회식 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져 참석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서면주민자치회 김충근 회장과 곽탁경 사무국장을 비롯한 전 회원들이 추억의 교복을 단체로 맞춰 입고 행사장에 등장한 것이다. 세월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교복 차림으로 나타난 이들의 모습에 좌중은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고, 축제의 분위기는 개막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의 결실 뒤에는 오랜 준비가 있었다. 지난해 주민총회에서 제2회 행사 개최를 의결한 이후, 올해에만 전체회의 3회와 임원회의 1회를 거치며 기획 단계부터 실행까지 회원들이 직접 손발을 맞춰왔다. 슬로건 ‘우리가 엮은 노을, 함께 피운 서면의 봄’은 그 과정 자체에서 이미 피어오르고 있었다.
◆ 분야별 책임운영제, 주민이 직접 무대를 만들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분야별 책임운영제였다. 행정이 주도하고 주민이 동원되는 방식이 아닌, 주민이 기획하고 책임지는 진정한 ‘주민 주도형 축제’가 실현됐다.
문부경 위원장과 문석종 서면체육회장을 비롯한 문화관광 분과위원들은 개회식 직후 시작된 ‘노을길 건강걷기(줍깅)’ 행사를 직접 이끌며 5.2km 해안 코스를 함께 걸었다. 쓰레기를 주우며 서면의 아름다운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이 친환경 프로그램은 참가자들로부터 특히 큰 호응을 얻었다.
김태훈 위원장과 김윤수 주민자치회 부회장 등이 함께한 농축수산 분과위원들은 자매결연 도시 여수시 광림동 주민자치회 방문단을 직접 맞이하며 의전부터 음식 서빙까지 손수 챙겼다. 행정의 손길이 아닌 이웃의 온기로 전해진 환대에, 여수에서 찾아온 방문객들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또한 심원일 위원장과 이택선 위원 등으로 구성된 기획홍보 분과위원들은 ‘노을 타임캡슐’ 부스를 직접 운영하며, 방문객들이 1년 뒤의 자신에게 건네는 편지를 차곡차곡 담아냈다. 미래의 나를 향한 설레는 메시지들이 쌓여가는 그 공간은 행사 내내 조용한 감동을 자아냈다.
서면주민자치회 감사를 맡고 있는 전백자 위원은 직접 무대에 올라 국악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 서면의 모든 기관단체가 한마음으로
제2회 ‘노을, 서면에서 봄’은 주민자치회만의 행사가 아니었다. 서면의 모든 기관과 단체가 기꺼이 함께하며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채웠다.
정순남 회장이 이끄는 새마을 부녀회원들은 정성 가득한 먹거리 부스를 운영해 행사장 곳곳에 구수한 냄새와 온기를 더했고, 김민철 회장을 중심으로 한 새마을지도자회는 서면의 농특산물 부스를 운영하며 지역의 맛과 이야기를 방문객들에게 소개했다.
박진평 단장을 비롯한 22개 마을 이장단은 마을 대항 노래 경연인 ‘노을가요제’와 함께했고, 서면·중현 노인대학 어르신들은 직접 합창과 건강댄스 무대에 올라 행사장을 흥과 감동으로 물들였다. 귀촌인들과 성명초 학부모들로 구성된 ‘별빛노리’는 ‘랭기지 달고나’ 부스를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다문화의 세계를 달콤하게 전달했고, 보물섬 남해FC 학생들도 대거 방문해 청춘의 활기를 더했다.
자매결연 도시 여수시 광림동 주민자치위원회 교류단은 감동적인 성악 공연을 선보였고, 회원들도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를 함께 나누며 교류의 온기를 이어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사를 지탱한 이들도 있었다. 서면의용소방대원들과 주부민방위대원들은 주차 관리와 안전 요원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켰고, 서면보건지소 박수진 주무관은 의료 지원을 맡아 끝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서면 행사인데 저도 당연히 함께 해야죠”라는 그녀의 말 한마디가 이날 행사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 하늘도 축하한 날, 빈자리 없는 축제
이날 서면의 날씨는 마치 행사를 축하하듯 더할 나위 없이 화창했다. 평소 강한 바람으로 유명한 서면이지만, 이날만큼은 바람조차 잠잠히 축제의 흥을 돋워줬다.
방문객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몰려들었다. 준비한 자리가 모자라 의자와 테이블을 급하게 추가해야 할 정도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개회식 이후 썰렁해지는 여느 행사들과 달리, 오후 7시 피날레까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일부 판매 부스는 준비한 재료가 일찌감치 소진되는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노을가요제에서는 예정된 마을 대표들의 경연이 끝난 뒤에도 무대에 오르고 싶은 방문객들이 줄을 이어 운영진이 곤혹스러울 정도였다. 구경하는 축제가 아닌,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진짜 축제가 펼쳐진 것이다.
서상항 노을이 가장 붉게 타오를 무렵, 행사장 전체가 하나가 되어 ‘붉은 노을’을 합창했다. 노래가 끝나고 노을이 짙어져 가자, 많은 방문객들이 자리를 쉽사리 뜨지 못하며 아쉬움을 표했다. 행사 후에는 참여 단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 수거와 행사장 정리에 동참해, 훈훈한 뒷모습으로 축제의 여운을 더했다.
◆ “지역 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줬다”
박민희 서면장은 이번 행사의 의미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주민들이 기획부터 실행,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주체적으로 이끌었습니다. 둘째, 방문객들이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참여했습니다. 셋째, 보물섬 FC학생들, 성명초 학부모, 다문화 가구, 노인대학 등 지역의 모든 세대와 모든 유관단체가 함께하는 연결과 화합의 플랫폼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행사는 지역 축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한 자리였습니다.“
김충근 주민자치회장은 “이번 축제는 주민이 직접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가장 큰 가치였다”며 “노을과 봄,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어우러진 서면만의 특별한 기억을 함께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행사추진 관계자는 “행사나 축제를 담당하면 혼자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는 고독함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서면행정복지센터 전 직원을 비롯하여 주민자치회 회원들과 서면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해 주신 덕분에 저 역시 행사 내내 진심으로 즐거울 수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황금빛 노을이 서상항을 붉게 감싸던 그 저녁, 서면은 온 마을이 하나의 무대가 되고 모든 주민이 주인공이 됐다. 제2회 ‘노을, 서면에서 봄’은 그렇게 서면 사람들의 가슴속에 오래도록 남을 봄날의 기억으로 자리잡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