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순재/연합뉴스
[경상뉴스=김관수 기자]현역 최고령의 배우 이순재가 25일 새벽 별세했다.
이순재는 지난해 10월 건강이 악화하며 출연이 예정됐던 연극에서 하차했다. 이후 연말 열린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평소보다 부쩍 수척해진 모습으로 단상에 올라 주위의 걱정을 샀다. 이후 건강 회복에 전념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순재는 건강이 악화하기 전에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하게 활동했다. 방송 드라마는 물론 영화와 연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기활동을 펼쳐왔다. 최근까지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했다.
이순재는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다. 4세 때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이주했다. 호적상으로는 1935년생으로, 초등학교 시절 8·15 해방을 맞았고, 고교 1학년 때 6·25 전쟁을 경험했다.
이순재는 처음엔 연기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서울대 철학과에 진학해 공부에 매진했다. 그러나 당시 대학생들의 취미였던 영화 보기에 빠졌고, 영국 배우 로렌스 올리비에의 영화 ‘햄릿’을 보고 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가 데뷔작이고, 1965년 TBC 1기 전속 배우가 되면서 방송 드라마에 입문했다.
주요 출연작으로는 ‘동의보감’, ‘보고 또 보고’, ‘목욕탕집 남자들’, ‘사랑이 뭐길래’, ‘허준’, ‘상도’ 등 140편에 달한다. 그중 ‘사랑이 뭐길래’는 시청률 65%를 기록했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표상이었던 캐릭터 ‘대발이 아버지’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70대에 들어서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시리즈에서 기존의 근엄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코믹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야동 순재’ 캐릭터로 어린이 팬까지 생겨났다. 연기뿐 아니라 예능 ‘꽃보다 할배’에도 출연, 고령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과 열정을 보여줬다.
이순재는 한평생을 연기에 바쳐왔지만, 제14대 국회의원(민주자유당)을 지내는 등 잠시 정치권에 몸을 담기도 했다. 1992년 14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자유당 후보로 서울 중랑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국회의원으로서 민자당 부대변인과 한일의원연맹 간사 등을 역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