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왼쪽사진) SK그룹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4.16.
-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파기환송 ‘새 국면’/1심·항소심 이어 대법원도 갈려…치열 양상/재산분할부터 6공 특혜까지…다시 들여다본다-
[경상뉴스=민태식 섬임기자]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을 파기환송하기로 해 이 이혼소송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파기환송은 대법원이 원심판결에 법리적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 다시 심리하도록 하는 절차다. 이 이혼 소송은 1심과 2심 판결이 확연히 달랐는데, 대법원이 최종적으로 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하도록 정리를 해준 셈이다.
이 소송은 다른 이혼소송보다 한층 치열하게 전개됐다.
재산분할 지급액이 1조3808억원으로 국내 사상 최대에 달한 데다 ‘노태우 비자금’ 등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슈까지 맞물렸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국내 재계 서열 2위인 SK그룹의 경영권 문제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만큼 이번 이혼 소송은 ‘세기의 이혼’으로 불렸다.
665억 vs 1조3808억원…최대 쟁점은 ‘재산분할금’
이번 대법원 판결로 재산분할금은 앞으로 파기환송심에서 상당한 감액이 나올 수 있다.
지난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항소심 재판부는 지급액을 재산분할금 1조3808억1700만원과 위자료 20억원로 크게 늘렸다. 이는 부부 공동 재산으로 산정한 4조115억원 중 35% 수준에 해당한다.
이런 ‘극과 극’ 판결은 최 회장의 SK㈜ 주식이 ‘특유재산’이냐를 놓고 재판부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개인이 소유한 재산이나 혼인 중 증여 또는 상속받은 재산을 말한다.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1297만5472주(지분율 17.73%) 가치는 2조761억원으로, 부부 공동재산 산정액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1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판단,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2심은 이를 포함시켰다.
최 회장이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상속받은 대한텔레콤이 SK㈜의 모태가 된 것은 맞지만, 이후 회사 성장 과정은 최 회장의 기여분이 더 크다고 봤다.
이에 따라 혼인 기간 중 주식 가치의 증가 역시 부부 공동재산으로 봐야 하고, 노 관장이 자녀 돌봄과 가사노동으로 지원한 만큼 상당금액을 나누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 회장의 경영상 기여분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해, 재판부가 재벌 2세인 최 회장을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정의하는 ‘형용 모순’에 빠졌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 기여분 계산식에서 결정적 오류를 범해 논란을 자초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후 판결문에서 관련 내용을 수정했지만, 그 결괏값인 재산분할금은 끝내 수정하지 않았다.
이번에 대법원 역시 노 관장이 재산 형성에 기여한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파기환송심은 이 부분을 다시 들여다 보고, 재산분할금을 재책정할 방침이다.
정경유착으로 컸다고?…SK그룹, 오명 벗을까
‘노태우 비자금’ 문제도 이번 이혼 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파기환송심에 다시 소환될 전망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부친이 대통령으로 있던 6공화국이 제공한 특혜가 SK그룹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봤다.
노 관장의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남긴 ‘선경(SK그룹의 옛 이름) 300억’이라는 메모지 한장이 그 근거다. 이 메모지에 따라 SK그룹에 300억원 비자금이 흘러갔고, 이 비자금이 일으킨 부부의 공동재산 중 노 관장 몫이 1조3808억원이라는 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이었다.
하지만 노태우 비자금이 맞는지, 그 구체적인 사실 관계가 전혀 파악되지 않은 점과 비자금이 실재하더라도 범죄 수익을 몰수하지 않고, 가족에게 귀속시켜 이혼 재산분할금에 포함시킨 판단이 과연 맞느냐는 지속적인 논란거리가 됐다.
특히 SK그룹의 6공 특혜 부분도 시각이 엇갈린다.
SK그룹은 1992년 8월 제2이동통신 민간사업자 선정 경쟁에서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정치권에서 특혜 논란이 제기되자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했다. “특혜는 없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있었다”는 게 SK그룹 측 주장이다.
최 회장도 대법원 상고 이유로 “‘6공의 후광’ 등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SK 명예가 실추됐다”며 “대법원에서 바로잡아 줬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비자금 부분도 결국 이번 파기환송으로 또 한번 고등법원에서 논의되고 판결 내용이 뒤바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