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t_img
spot_img
Home헤드라인「방산 대형화의 함정」… 한화의 KAI 인수,『독자 전투기 개발국 종말』

「방산 대형화의 함정」… 한화의 KAI 인수,『독자 전투기 개발국 종말』

▲ KF-21 ⓒKAI
-“방산 대형화가 경쟁력 보장 안해”…보잉·BAE 사례 제시/엔진·완제기 수직계열화 반대…”오히려 수출 제약 우려”/”방산 매출 최대 70% 한화 집중”…독과점·생태계 축소 경고-

[경상뉴스=김용수 대기자]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 및 인수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KAI 노동조합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놨다. 한화가 내세우는 방산 대형화와 수직계열화가 오히려 KAI의 독립적인 완제기 개발 역량과 국내 항공 방산 생태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조합은 7일 ‘방산 대형화의 함정…한화의 KAI 인수, 독자 전투기 개발국 종말 초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한화의 KAI 인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우선 ‘대형화가 곧 경쟁력’이라는 논리에 문제를 제기했다. 1997년 맥도널더글러스와 합병한 보잉이 최근 수년간 품질 문제와 실적 부진을 겪은 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웨덴 사브와 프랑스 다쏘는 각각 그리펜과 라팔이라는 독자 전투기 플랫폼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영국 BAE시스템즈 사례도 제시했다. 영국 항공산업이 통합되면서 독자 완제기 업체들이 거대 기업으로 재편됐지만 현재는 F-35 프로그램이나 글로벌전투항공프로그램(GCAP) 등 국제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가 2022년 발간한 ‘국방산업 기반 내 경쟁 상황(State of Competition within the Defense Industrial Base)’ 보고서도 근거로 들었다. 방산업계 통합이 공급망 취약성과 혁신 저하, 소수 계약업체에 대한 의존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엔진·완제기 수직계열화, 오히려 수출 제약”

한화가 추진하는 첨단 항공엔진 사업과 KAI의 완제기 사업을 결합하는 수직계열화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노조는 록히드마틴과 보잉, 다쏘 등 주요 완제기 업체들이 엔진과 레이더, 무장까지 모두 자체 계열화하지 않고 있다며 완제기 업체가 고객 요구에 따라 최적의 장비를 선택할 수 있어야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패키지 수출’ 효과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KAI가 이미 KT-1과 T-50, FA-50, 수리온 등 총 236대의 완제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 만큼 수직계열화가 수출의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화가 KF-21 등 완제기 플랫폼까지 보유할 경우 경쟁 전투기 제작사가 향후 한화가 개발한 항공엔진을 채택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미 해군 차세대 훈련기(UJTS) 사업 사례도 들었다.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은 미국산 콘텐츠 요건 등을 이유로 TF-50N 입찰을 포기했고, 보잉도 이후 T-7A가 미 해군의 요구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입찰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는 KAI의 소유구조 변경만으로 미국 사업의 장벽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KAI 노동조합 ⓒKAI

“육·해·공 한화 집중…독과점 우려”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항공우주산업과 한화의 사업 운영 방식이 맞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노조는 미국 오버에어 투자금을 손실 처리한 사례와 영국 버티컬에어로스페이스와의 UAM 핵심 부품 공급 계약을 최근 해지한 사례 등을 들며 장기적인 기술 축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과점 문제도 쟁점으로 제시했다. 노조는 한화가 KAI까지 인수하면 육상·해상·항공을 아우르는 방산 포트폴리오를 갖추면서 국내 주요 방산 매출의 최대 70%가 한화에 집중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특정 그룹에 대한 정부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지면 생산 차질이나 품질 문제가 여러 무기체계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단일 실패점(Single Point of Failure)’ 위험도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KAI와 거래해 온 다른 방산업체와 중소·중견 협력업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거론했다. 한화 계열사의 엔진·항전·시스템 등이 KAI 완제기에 우선 적용될 경우 기존 협력사의 사업 기회가 줄고 공급망 다양성과 기술 경쟁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항공 방산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덩치 확대가 아니라 체계종합 전문성과 다양하고 유연한 방산 생태계”라며 “KAI가 독립적인 체계종합업체로서 국내외 기업들과 자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 KAI, 노동조합 로고

■ KAI, 노동조합 전문

최근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보 및 인수 추진을 둘러싼 방산 대형화 논쟁이 뜨겁다. 한화 측은 ‘글로벌 패키지 수출 경쟁력 확보’와 ‘수직계열화를 통한 시너지’ 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방산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 완제기 체계종합 역량의 훼손과 독과점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순히 몸집을 키우는 대형화가 과연 무조건적인 정답일까. 항공 방산의 본질과 해외 사례, 그리고 국내 방산 생태계에 미칠 파장을 냉철히 짚어볼 시점이다.

대형화가 경쟁력을 담보하지 않는다…보잉과 BAE 사례와 미국의 후회 대형화가 곧 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은 해외 사례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1997년 맥도널 더글러스(McDonnell Douglas)와의 합병으로 대형화의 대표주자가 된 보잉(‘24 SIPRI 글로벌방산기업 랭킹 6위1))은 거대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기술 및 품질 관리 실패로 최근 수년간 대규모 순적자를 기록하며 고전하고 있다.

반면, 스웨덴의 사브(28위)와 프랑스의 다쏘(40위)는 미국 방산 공룡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그리펜 Gripen)과 라팔(Rafale)이라는 강력한 독자 완제기 플랫폼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일각에서 모범적인 합병이라며 언급하고 있는 영국 BAE 시스템즈(BAE Systems)의 사례는 더욱 뼈아픈 경고를 던진다. BAE는 대형화 과정에서 완제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던 독자 기체 개발 역량을 사실상 상실했다. 과거 세계 최초의 수직이착륙 전투기 해리어(Harrier)를 만든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Ae), 제트
훈련기 호크(Hawk)의 호커 시들리(Hawker Siddeley), 초음속 전투기 라이트닝 (Lightning)의 잉글리시 일렉트릭(English Electric) 등 세계 항공산업을 호령하던 영국의 수많은 독자 완제기 제조사들은 통합을 거치며 BAE라는 단일 거대 기업으로 1) 2024 The SIPRI Top 100 ranking- 1 흡수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사업 우선순위 조정 등으로 인해 축적된 기술이 단절되고 독자 완제기 개발 능력이 퇴화하면서, 현재 영국은 미 F-35 프로그램의 Tier-1 모듈/부품 공급업체나 국제 공동 개발(GCAP) 컨소시엄 참여자로 입지가 축소되었다. 독자 완제기 개발 국가의 영광을 스스로 내려놓은 셈이다.

KAI가 한화그룹에 편입된다면, KAI는 대한민국 유일의 독자 완제기 개발업체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거대 방산 포트폴리오의 일개 사업부로 전락하게 된다. 완제기 개발은 막대한 R&D 예산과 긴 개발 기간, 높은 기술적 리스크가 동반되는 반면, 마진율은 단품 시스템이나 전자장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다.

재무적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민간 그룹 경영진 입장에서는 유도무기, 시스템, 항전, MRO 등 고마진 사업에 자원을 우선 배분할 수밖에 없다.

완제기 개발 엔지니어의 맥이 한 번 끊기면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한국 역시 독자 전투기 개발국 지위를 포기하고 영국의 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방산 대형화가 무조건 효율성을 높인다는 주장 역시 선진국의 시행착오를 간과한 것이다. 미 국방부(DoD)가 발표한 2022년 보고서2)에 따르면, ‘국방산업 통폐합으로 인한 공급망 취약성, 기술 혁신 저하, 소수 계약자에 대한 의존도 확대 등을 경고 했으며, 특히 일부 섹터에서는 비용 증가로 이어졌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 1993년 미 방산업계 대형화를 직접 주도했던 윌리엄 페리(William J. Perry)전 국방장관조차 “불필요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통합이었다. 방산 경쟁력이 떨어지고 높은 간접비가 지속되는 역효과가 발생했다”라고 자체 비판하며 “90년대 교훈을 되새겨 더 이상의 합병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라고 인터뷰3)를 진행한 바 있다.

실제 미국 법원과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국방부는 록히드마틴-노스롭그루먼 합병 저지(1998년), 록히드마틴의 에어로젯 로켓다인 인수 저지(2022년) 등 방산 대형화 및 수직계열화 합병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있다.
2) 미 국방부(DoD) 2022 보고서: State of Competition within the Defense Industrial Base
3) National Defense(2015.12.2.): Former SecDef Perry: Defense Industry Consolidation Has
Turned Out Badly- 2

전투기와 엔진을 수직계열화한 업체는 전 세계에 없다!

방산 선진국인 미국이나 유럽의 록히드마틴, 보잉, 다쏘 등 세계 그 어떤 항공기 제조업체도 엔진부터 레이더, 무장까지 모두 수직계열화하는 경우는 없다. 완제기 체계종합업체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가장 최적화된 장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완제기 전체의 경쟁력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한화가 주장하는 해외 대형화 사례(에어버스, 위성 합작법인 등) 역시 동종 분야 기업 간의 ‘수평적 결합’이지, 하위 부품부터 체계종합까지 싹쓸이하는 ‘수직결합’이 아니다.

특히, 3대 항공 엔진 전문 기업인 영국의 롤스로이스조차 1970년대 엔진 개발 중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난관으로 파산(국유화)을 겪었을 만큼 항공 엔진 개발의 리스크는 상당하다. 높은 개발 리스크를 안고 있는 엔진 사업과 난이도 높은 완제기 사업을 한 그룹 내에 묶는 것은 그룹 전체의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 심지어 한화는 첨단 유인 전투기 엔진 개발 성공은 커녕 이제 도전하는 단계다.

엔진 개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한화가 완제기 플랫폼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면 글로벌 엔진 시장 개척에 치명적인 제한이 따른다. 개발된 엔진은 KF-21과 경쟁하는 동일 체급의 해외 전투기에 수출을 시도해야 하는데, 한화가 경쟁 기종 플랫폼 자체를 소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해외 완제기 업체들이 한화의 엔진을 채택할 리가 만무하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글로벌 엔진 전문업체 누구도 항공기 제조까지 하는 경우는 없다. 수조 원을 들인 첨단 항공 엔진이 수출되지 않는다면 개발비 회수는 요원 해지며, 국내 단일 기종 적용으로 글로벌 신뢰성도 쌓을 수 없다. 설상가상 완제기 수출 경쟁력(아래 패키지 수출 부분 참조)마저 떨어지게 된다.

‘패키지 수출’은 수출 경쟁력에 약(藥)인가 독(毒)인가?
한화 측은 인수 당위성으로 엔진·항전·무장을 묶은 ‘수직계열화(패키지) 수출’과 ‘항공엔진 독자 개발과의 시너지’를 내세운다. 그러나 이는 방산 현장의 실상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3

우선, KAI는 이미 K-방산 열풍이 생기기 한참 전인 2001년 최초 수출을 시작으로 KT-1, T-50, FA-50, 수리온 등 전세계 총 236대 완제기 수출 계약을 체결해 내며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의 역량을 검증받았다. 특히 필리핀의 2025년 FA-50 추가 도입이나 인도네시아 KT-1 수명연장 사업, 태국·필리핀의 PBL(성과기반 군수
지원) 사업 등 기존 고객들과의 후속 사업도 성과를 내고 있다.

이처럼 2022년 러-우 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유의미한 K-방산 수출 성과는 KAI가 국내 어떤 방산 업체보다 압도적이다. 최근 몇 년간 국제적 분쟁이 증가하면서 대외 환경 수혜로 K-방산 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이러한 대외 환경은 언제든 변하기 마련이다. 한화는 대외 환경이 아닌 자체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수출 역량 검증이 먼저 필요하다.

완제기 수출은 기체의 신뢰성, 가격, 성능, 납기, 후속지원 능력이 좌우하는 것이지, 수직계열화가 부족해 수출을 못 한 적은 없었다. 오히려 KAI가 완제기에 최적의 부품과 시스템을 독립적으로 채택할 수 있었기에 기체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었다.

더욱이 무장이나 레이더 등 핵심 장비는 도입국(고객)이 원하는 스펙을 맞춤형으로 통합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특히 한화가 추진 중인 첨단 항공 엔진 개발은 개념 연구 단계로, 실제 개발 및 실전 배치, 신뢰성 검증까지 최소 15년 이상 소요되는 초장기 과제다.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세계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초창기 국산 엔진을 패키지로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완제기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고객들은 업력 100년 이상의 항공엔진 전문 업체인 GE, P&W, 롤스로이스 등이 생산하는 검증된 범용 엔진을 선호하지, 다기종 적용이 안 되어 규모의 경제도 갖추지 못하고 신뢰성도 높지 않은 단일 기종용 초창기 엔진을 고가에 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미 해군 훈련기 사업(UJTS)에서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이 입찰을 포기한 이후 일각에서는 “한화였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이는 철수의 실제 배경을 왜곡한 주장에 불과하다.

록히드마틴과 KAI가 공동 제안한 TF-50N은 지난 4월 입찰에서 철수했다. 사유는 KAI의 기술력이나 파트너십 역량 문제가 아니었다. 록히드마틴은 당시 ‘요구되는 – 4

수준의 미국산 부품·제조 비중(Buy American 요건) 등으로 인해 철수한다’고 밝혔다. 즉 기체 성능이 아니라 원산지·조달 규정상의 구조적 장벽이 철수의 직접적 원인이었다. 두 달 뒤인 6월에는 세계 최대 방산기업 중 하나인 보잉마저 T-7A 레드호크를 이 사업에서 철수시켰다. 보잉은 순수 미국 기업으로 Buy American 이슈가 없으며, T-7A는 이미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보잉은 자진 철수를 선언했다.

지분 소유주를 정부에서 한화로 바꾼다고 해서 T-50 계열 기체의 부품 원산지나 생산 거점이 자동으로 미국으로 이전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T-7A를 현지에서 생산 중인 보잉조차 조달 규정, 예산, 일정 리스크 등으로 철수한 사업을 KAI의 지분 구조 변경만으로 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은 논리적 타당성이 전혀 없다.

한화그룹의 단기 실적 중심 경영과 장기 항공우주 사업의 부적합성 한화그룹 내부의 구조적 리스크 역시 항공우주 사업과의 부합 여부에 의문을 남긴다.

한화는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 축적보다는 M&A 위주로 성장해 왔기 때문에, 수년 이상이 소요되는 독자 플랫폼 개발 및 기술 경영에 대한 헤리티지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실제 한화는 장기 사업에 대해 단기 수익 회수가 불투명할 경우 사업을 조기에 철회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미래 먹거리의 핵심으로 추진하던 UAM(도심항공교통)사업의 경우 핵심 파트너였던 미국 오버에어(Overair)에 대한 투자금 약 1,400억 원을 2024년에 손실 처리하며 2019년 투자를 시작한 지 5년 만에 사업을 정리했으며, 영국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Vertical Aerospace)와 2022년에 4,548억 원 규모로 체결한 UAM 핵심 부품 공급 계약도 올해 8월 초에 해지했다.

2021년 한화그룹이 신년사에서 “미래 모빌리티와 항공우주 등 신규 사업에서 세계를 상대로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며 UAM 육성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지 불과 몇 년 만의 결정이다.

이 외에도 시장 변동이나 단기 수익성 악화 시 비핵심 제조 계열사나 하위 사업을 신속히 매각·정리했던 단기 실적 위주의 사업 운영 방식은, 수십 년의 호흡이 필요한 장기 중심 항공우주산업에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해외 전투기 개발과 – 5

비교해 일정 지연 없이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개발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KF-21조차 개발에 10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더욱이 한화는 현재 첨단 유인기 엔진 개발뿐만 아니라 우주 발사체 및 발사체 엔진 개발, 미국 필리 조선소 및 호주 오스탈 조선소 인수, 영남권 55조 원 투자 등 단기간에 자금을 회수하기 힘든 대규모 투자를 동시다발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재무적 과부하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KAI를 인수할 경우, 과거 전력처럼 장기간의 개발과 투자가 필요함에도 단기 성과 및 재무 기준을 잣대로 항공우주 완제기 사업들을 축소하거나 정리할 위험이 높다.

KAI를 인수하는 것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수는 투자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한화가 KAI를 품는다면 10년, 20년 동안 성과가 바로 돌아오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항공우주에 투자해야 한다. KAI를 제대로 경영하기 위해서는 단기 실적이 나빠져도 연구개발을 지속해야 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라도 국가 항공우주 산업에 필요하다면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수직계열화가 가져올 완제기 경쟁력 하락, 안보 위험 확대, 방산생태계 축소 만약 한화가 KAI까지 품어 육·해·공 무기체계를 모두 거머쥐게 된다면, 국내 주요 방산 매출의 최대 70%를 싹쓸이하게 된다. 이 숫자보다 더 무서운 점은 방산 전 영역 독점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단일 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SinglePoint of Failure(단일 실패점)’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국방 사업의 3분의 2 이상을 단일 그룹에 의존하게 되면 가격 협상이나 사업 일정 등에서 정부가 주도권을 잃게 된다. 대기업 계열사 간 복잡한 거래 구조 속 하위 부품 원가까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내부거래 고착화로 완제기의 가격 및 기술 경쟁력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만약 한화그룹에 자금난, 생산 파업, 공급망 차질, 품질 결함, 중대재해 등 대형 악재가 발생할 경우 대한민국 육·해·공 전력 전체가 동시에 영향받는 국가 안보적 위험도 크다.

특히 한화와 KAI가 통합되면, LIG D&A 등 지난 30년간 KAI와 함께 성장해 온 항공 방산 분야 핵심 협력사들의 기술이 사장되어 국내 항공 방산 생태계가 붕괴- 6 되고 축소될 위험이 크다. 수직계열화라는 이름 아래 한화 계열사의 부품 및 시스템을 최우선 채택하는 내부거래가 고착화될 것이고, 이는 그동안 공정한 경쟁을
거쳐 KAI와 협력해 온 타 전문 방산기업 및 중소·중견 부품사들의 설 자리를 빼앗는다.

다양한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을 통한 R&D 혁신 동력이 사라지면서 전문 장비 기업들의 기술 발전은 정체되고, 부품 공급망의 다양성 감소는 국내 항공 생태계 전체의 체질 약화와 생태계 축소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LIG D&A 신익현 대표 역시 8월 27일 언론 인터뷰4)를 통해 “한화가 KAI 인수에 성공한다면 독과점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한화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정부에서 한화를 컨트롤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직접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대형화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KAI의 정부 지분 매각은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 발전이라는 큰 틀에서 어떤 산업, 어떤 업체와 통합이 항공우주산업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지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실제 KAI는 한화뿐만아니라 삼성전자와 국방 AI 반도체, 네이버와 AI 파일럿, 현대차와 UAM 공동개발 추진 등 다양한 민간 대기업들과 기술 시너지를 내고 있다.

결국 항공 방산에 정말 필요한 것은 ‘단순한 덩치 확대’가 아니라, ‘체계종합 전문성’과 ‘다양하고 유연한 방산 생태계’다. KAI가 독립적인 체계종합업체로서 글로벌 탑티어 공급망 및 국내외 유수 기업들과 자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지켜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6.09.07.
한국항공우주산업 노동조

관련기사
side_ad
side_ad
side_ad
side_ad
side_ad
side_ad
side_ad
side_ad
side_ad
side_ad
side_ad

인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