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상뉴스=민태식 선임기자]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협의 없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대법관 후보 임명을 제청한 것을 두고 19일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대법관 임명 제청 시 사전 협의해 온 관례를 깨뜨린 데 대해 일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도 직접 맞대응은 삼가는 기류다. 제청 과정의 절차적 문제를 들어 대법관 임명을 보류할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대법관 공백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만만찮아 이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청와대는 이날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전날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새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했다고 밝힌 데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전날부터 이날까지 더불어민주당에서 격앙된 반응이 쏟아져 나온 것에 비해 청와대는 함구하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불편한 기색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임명권에 대한 도전이자 제청권을 남용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조 대법원장 자신에 대한 탄핵이 거론된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여권을 향한 도발을 해 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이렇게 오래 대법관을 비워둔 것이나 청와대와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법관을 제청한 것 모두 초유의 일”이라며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서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직접 나서길 꺼리는 것은 이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의 갈등이 전면전 형태로 비화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례 없는 서면 통보 방식의 제청은 갈등을 전면화하려는 조 대법원장의 의도로 보고 이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대법관 임명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대법관 공석 사태가 확대되고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대법관 공석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해소해야 하면서 동시에 조 대법원장의 일방적인 제청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여권의 분위기 속에서 적절한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먼저 거론되는 방안은 대법원과의 재협의다. 헌법 104조 2항에 명시된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을 근거로 대법원장이 제청한 2명 모두에 대한 임명을 거부하고 추천 절차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조 대법원장의 제청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바로잡는다는 점에서는 적절한 방식이지만 5개월 동안 이어진 대법관 공백 사태를 더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선별 임명도 검토할 수 있다. 청와대와 일정 부분 사전 조율을 거친 김 부장판사에 대해서만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해 임명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이다. 이 경우 나머지 한자리는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대법관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
국회 임명 동의 과정에서 1명을 낙마시키는 방안도 있다. 민주당 의석이 161석으로 과반을 점한 상태여서 청와대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서 부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대법원장의 독단적 제청을 임명권자가 용인해 주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