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비롯한 공무원·교원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공무원·교원 생존권 쟁취 공동투쟁위원회는 11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7·11 공무원·교사 노동자대회’를 열고, 연금소득 공백 해소와 임금 인상, 정치기본권 보장,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무원·노조 공투위 노동자대회…“퇴직 5년 뒤 연금 지급으로 소득 공백”-
[경상뉴스=민태식 선임기자]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비롯한 공무원·교원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공무원·교원 생존권 쟁취 공동투쟁위원회는 11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7·11 공무원·교사 노동자대회’를 열고, 연금소득 공백 해소와 임금 인상, 정치기본권 보장,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을 촉구했다.
11일, 처우 개선과 정치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의 행정직·경찰·소방관 등 공무원과 교사들이 숭례문에 모여 검은 물결을 이뤘다. 이들이 맞춰 입은 검은 티셔츠는 공무원의 암울한 현재와 소득 공백으로 퇴직 후에도 어두운 미래를 상징한다.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비롯한 공무원·교원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공무원·교원 생존권 쟁취 공동투쟁위원회’가 서울 숭례문 앞에서 연 노동자대회엔 2만명이 참석했다. 숭례문 오거리부터 시청역까지 7차선 도로가 인파로 가득 찼다. 집회 허가 장소가 인파를 모두 수용하지 못해, 많은 참석자가 인도에 자리를 잡았다. 30대 젊은 노동자가 두드러졌고, 자녀와 함께한 40~50대 노동자도 눈에 띄었다.
참석자들이 사회자 선창에 맞춰 구호를 외치자, 메아리가 울렸다. 이들은 ‘월급 빼고 다 올랐다. 공무원 임금 7.1% 인상하라’, ‘노후생존권 위협하는 소득공백 해소하라’, ‘청년들 다 떠난다.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하라’, ‘공무원도 국민이다. 정치기본권 보장하라’고 외쳤다. 손엔 ‘우리 함께 우리 힘으로’, ‘임금 인상! 안전한 일터!’, ‘정치기본권! 퇴직 즉시 연금!’이라고 적힌 하얀색·빨간색 양면 피켓이 들려 있었다.
현장에서 QR코드 접속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무원·교사로서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키워드를 접수한 결과 ‘공노비’와 ‘욕받이’에 이어 ‘샤갈’이라는 욕설이 언급되자, 참석자들은 동병상련의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저임금에 악성 민원까지, ‘공노비’된 공무원…“이 정도면 정부가 악덕 사업주 아닌가”
공주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대표발언을 통해 공무원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강조했다. 공 위원장은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고 민간 대비 접근율 또한 점점 떨어지는 등 공무원의 임금은 늘 뒤처지고 있다”며 공무원 임금 7.1% 인상을 요구했다.
퇴직연금 지급 시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공 위원장은 “정년 이후에는 연금 소득공백으로 지난해까지 9천여명, 올해는 4,100명, 내년에는 교사까지 포함해 6,800명이 앞으로 5년간의 소득절벽에 직면하기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금을 받는다고 해도 100만원 미만의 수급자가 5만 4천여명에 달한다”며 소득공백 해소 방안을 마련하라고 외쳤다.
정치기본권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 위원장은 “제3공화국 군사정권 시절인 63년 전에 빼앗아 간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박탈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 있어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공무원은 우리 사회에서 늘 배제되고 외면당해 왔다”고 말했다.
안전한 일터를 위한 개선 요구도 뒤따랐다. 공 위원장은 “대민 접점 공무원에 대한 폭력과 악성 민원 발생에 공무원을 혼자 내버려두고 있어, 인격권 침해 사태가 늘어만 가고 있다”면서 “22대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 논의조차 없으며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상 과로로 스트레스로 직접 영향이 있는 혈관계 질환으로 139명이 순직하고 말았다”고 호소했다.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 안성민원 등에 대한 인력권 침해에 대해 국가가 직접 나서도록 제도화를 추진하라는 게 노조 요구다.
일선 공무원들이 노동 현장 실태를 전했다. “잘 살고 싶어서, 신분도, 노후도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택했다”는 김규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장은 “공무원으로 살아가는 것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충’, ‘복지부동’, ‘부정부패’ 등 공무원을 향한 일각의 날 선 비난을 언급하며 “악성 민원들로부터 쌍욕과 폭행을 당하고, 교권이 침해되고, 공권력이 무너지는 등 존엄과 가치는 점점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한 만큼 대가도 못 받으며 헐값 노동에 동원되는 공노비일 뿐”이라며 “퇴직금도 없이 퇴직하는 우리에게 연금도 5년 뒤에 받으라고 한다”며 “퇴직금도 안 주고 연금도 제때 안주는 정부, 그야말로 악덕 사업주 아닌가”라고 하소연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무원에게 헌신과 봉사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고용한 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임금을 지급하고 열악한 처우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며 “대한민국 공무원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때 비로소 국민 앞에 당당히 헌신과 봉사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사들 “학교 현장 임계치…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방치하는 아동복지법 개정해야” 노조 설립 보장 요구한 경찰들…우체국은 인력 부족·질병으로 이중고 교권 침해를 겪고 있는 교사들은 제도적 보완을 촉구했다.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학교 현장이 임계치에 와있다”며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문제를 당장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경남 김해의 한 중학교 체육교사가 수업 중 학생들에게 스쿼트를 시켰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유산한 사건을 언급하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수많은 교사가 홀로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 해 1천~2천건까지 신고가 이루어지지만 98%가 무혐의”라며 “가정 내에서 은폐된 아동학대를 방지하겠다며 도입된 법이, 정작 공교육 현장을 무차별적으로 덮치고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활동은 완전히 마비됐고, 당하는 사람도, 옆에서 지켜보는 동료 교사도 모두 얼어붙어 교실을 떠나고 있다”며 “그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우리 소중한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잔인한 악성 민원의 굴레를 끊어내야 한다”며 “공교육 현장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처벌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 것, 아동복지법을 전면 개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관기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직장협의회 체제만으로는 거대한 정부 권력 앞에 현장 경찰관의 온전한 권리를 지켜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노조 설립 보장을 요구했다. 민 위원장은 OECD 선진국 대부분이 경찰의 노조 설립을 보장하고 있다며 “온전한 경찰 노조의 탄생이야말로 현장 경찰의 눈물을 닦아주고, 권력의 눈치가 아닌 시민의 안전만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진정한 민주 경찰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구호 외치는 공무원·교사들
11일 서울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교사 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7.11 /연합뉴스
그는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하고, 노동자의 권익이 바로 서야 대한민국 사회가 공정해진다”며 “때로는 집회와 시위의 현장에서 서로가 마주하는 긴장의 순간도 있지만, 우리는 서로를 대립의 대상이 아닌, 각자의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오늘을 지탱하는 동등한 노동자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경찰 본연의 임무는 결코 노동자의 정당한 목소리를 억압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시민의 안전한 권리 행사를 보장하는 울타리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했다.
우체국 노동자들도 저임금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했다. 고광완 전국민주우체국본부 위원장은 집배원들이 연가를 소진하지 못하고, 창구에선 출장으로 업무를 대행하는 상황을 전하면서 “현장에 인력이 부족한 이유는 그만두는 공무원이 많기 때문이고, 그만두는 이유는 임금 보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고 위원장은 “공무원의 퇴직수당은 20년이 넘어야 겨우 민간 회사 퇴직금의 39%에 불과하다”며 “초과근무수당 감액률 적용으로 인해 평상시 일하는 것보다 초과근무수당이 더 적을 뿐 아니라, 현업기관에서조차 최소 1시간이 넘지 않으면 초과근무시간이 1분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무 수행으로 인한 질병으로 병원비 부담이 크지만, 인사혁신처가 집배원의 질병을 공무상 재해로 잘 인정하지 않는 현실도 고 위원장은 지적했다.
그는 “올바른 사용자가 돼야 하는 정부가 이래도 되는 건가”라며 “우리가 요구하는 건 더 내놓으라는 게 아니라,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지급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개인의 고통을 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금·보수 문제와 노동 안전 문제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대회 마무리발언에서 이해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공무원·교사 기본권 쟁취를 위해 만든 공투위는 조합원만이 아닌 전국의 모든 공무원·교사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켜야 할 사명감이 있다”며 “우리에게는 그 힘이 있다”고 외쳤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을 향해 “공투위의 힘을 믿고 단결된 투쟁으로 요구안을 확실하게 쟁취하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