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자의 조직으로 얼굴 85%를 이식해 성공적으로 새 얼굴을 갖게 된 데릭 파프. 왼쪽 사진은 58회의 재건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얼굴 기능할 수 없었던 데릭의 모습이다. 오른쪽은 기증자의 얼굴 조직 85%를 이식해 새 얼굴을 갖게된 모습. 하단 아래는 극단적 선택 전 데릭의 모습. 메이요클리닉 제공
[경상뉴스=김관수 기자]미국에서 총으로 극단 선택을 시도해 얼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남성이 안면 이식 수술을 받고 10년 만에 제2의 삶을 살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다.
미국 CNN 등 현지 매체들은 최근 기증자의 조직으로 얼굴 85%를 이식해 새 얼굴을 갖게 된 데릭 파프(30)의 여정을 집중 조명했다. 미시간주 하버 비치 출신의 데릭은 학업 성적도 뛰어나고 풋볼팀 주장까지 맡은 대학생이었지만, 지난 2014년 3월 5일 밤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다고 한다.
자신의 머리에 산탄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으나, 아버지 제리 파프가 그를 구했다. 집안 총기 보관함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한 제리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집 주변을 살폈고, 차고 옆 눈더미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데릭은 병원으로 급히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데릭은 의식은 되찾았지만, 그날 밤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믿었다. 얼굴도 총상으로 심각하게 손상됐다. 코, 입술, 치아, 이마의 일부를 잃었다. 후각은 상실했으며 코로 숨을 쉬거나 미소를 짓고, 눈을 깜빡이는 일도 불가능했다. 음식을 씹고 삼키기 힘들어 튜브를 통해 먹어야 했다.
데릭은 이후 58차례에 걸쳐 안면 재건 수술을 받았으나 한계가 있었다. 코, 턱, 치아, 눈꺼풀과 이마 뼈 일부가 없었고 씹거나 말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에게 남은 선택은 안면 이식 수술이었다. 안면 이식 수술은 뇌사자의 코와 입술, 눈 주변 등의 피부를 기증받아 얼굴의 일부 또는 전체를 잃은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기증자의 이마부터 턱까지 절개해 피부 아래 혈관, 신경, 근육 등을 함께 분리한 뒤 안면을 이식받을 환자의 혈관, 신경, 근육과 차례로 이어주는 고난도 수술이다.
데릭의 수술은 미네소타주 메이요 클리닉이 맡기로 했다. 의료진은 3D 프린팅 기술과 디지털을 통해 가상 수술을 하며 뼈의 어느 부분을 어떤 각도로 절개할지까지 정확히 계획했다. 기증자와 데릭의 얼굴 신경을 정밀하게 연결해 데릭이 웃음을 지을 때 그 신경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도록 했다. 수술 계획을 세우고 연습하는 데만 9개월 넘게 걸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