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3·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에서 한 작업자가 폐사한 채 떠오른 정어리 떼를 마대에 담고 있다. 창원시는 정어리 폐사체를 시 음식물자원화시설에서 소각 처리할 계획이다. 창원=연합뉴스
[경상뉴스=박영환 대기자]지난해 정어리 집단 폐사가 발생한 경남 창원시 마산만에 또다시 정어리 떼가 죽은 채 발견됐다.
12일 창원시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쯤 “마산합포구 3ㆍ15해양누리공원 앞바다에 죽은 정어리 떼가 떠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폐사한 정어리는 10톤(t) 정도로 추정된다. 창원시는 공무원과 어업인 등 인력 55명을 투입해 이틀째 수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 모래 등이 섞이지 않은 폐사체는 음식물자원화시설로 옮겨 사료화하고, 나머지는 소각 처리 예정이다. 또 폐사체 일부는 국립수산과학원에 보내 원인을 규명하기로 했다. 결과는 이르면 다음 주에 나온다.
정어리 집단 폐사는 처음이 아니다. 마산만과 진해만 등에선 지난해 9월 30일부터 10월 29일까지 1,000만 마리가 넘는 226t 규모의 정어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폐사체에서 나는 악취로 인근 주민들이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당시 원인 분석 작업을 벌인 국립수산과학원은 대량 폐사를 유발하는 병원체가 검출되지는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산소 부족으로 인한 질식사로 결론 내렸다.
올해는 정어리 개체수가 폭증한 탓에 추가 집단 폐사 가능성도 남아있다. 해양수산부 집계를 보면 8월 기준 경남의 정어리 위판량은 1만9,000t으로 지난해(9,000t)보다 2배 넘게 늘었다.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에서도 지난 4월 남해 동부 해역의 정어리 알 평균 밀도는 지난해보다 8.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되는 폐사 원인은?= 국립수산과학원은 지난해 정어리 집단폐사 원인으로 빈산소수괴를 꼽았다.
빈산소수괴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가 3㎎/L 이하인 물덩어리를 말한다. 정어리 떼가 산소 부족으로 폐사했다는 것이다. 정어리는 멸치나 청어보다 산소 소비량이 많아 산소 부족에 취약한 어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정어리 폐사 원인 규명은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창원시는 전날 정어리 폐사체 일부를 국립수산과학원으로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전종선 마산지방해양수산청 해양수산환경과장은 “마산항 자체에 특별히 오염이 진행된 상황은 아니다”며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올해도 작년처럼 빈산소수괴가 원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어리 자원량이 늘어나면서 산소 부족 현상이 되풀이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과 창원시에 따르면 국내 정어리 어획량은 2011년 2500t, 2017년 8100t, 2022년 1만2000t 등으로 늘었다. 올 들어 8월 말까지 2만4532t이 잡혀 전년 같은 기간(5900t)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
도내 어획량은 2020년 19t에서 2022년 9245t으로 늘더니 올해는 8월 말까지 1만9614t을 기록했다. 이는 전국 생산량(2만4532t)의 80%를 차지하는 양이다.
이 중에서 창원시에서 포획된 정어리는 8월 말 기준 1433t으로 확인됐다. 다만 멸치권현망수협 마산지소의 경우 정어리 위판 시 기타 어종으로 집계해 실제 위판되는 물량보다 적게 집계됐다.
경남도와 창원시는 정어리 폐사체 재발 방지를 위해 살아있을 때 많이 잡는 전략을 세웠다.
해양수산부는 어업규제 완화 시범사업 일환으로 멸치권현망 혼획을 허용했다. 지난해까지는 멸치잡이 어선이 멸치 외 다른 어종을 잡으면 불법이었다.
시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지역 내 정치망어업 6곳에 유입되는 정어리 떼를 1일 평균 약 1t을 포획했고, 지난 7월부터는 통영 선망선단이 마산만에서 1일 평균 100t가량 포획했다. 관내 선망선단도 1일 평균 25t을 잡았다. 수협 냉동창고 포화로 정어리 어획량은 어선별 1일 125~240t으로 제한했다.
다만 이번 정어리 집단 폐사 원인을 빈산소수괴라고 단정 짓기는 이르다.
김현수 창원시 수산과장은 “모니터링 당시 마산만 주변에는 정어리가 거의 유입되지 않았고 떼로 뭉쳐 다니는 것도 없었다”며 “작년 집단폐사의 경우 국립수산과학원이 빈산소수괴를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현우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부 연근해자원과 연구원은 “질병검사와 폐사 현장 빈산소수괴 모니터링, 해수 유동 시뮬레이션 등을 종합해서 폐사 원인을 밝히려고 하고 있다”며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산소 부족 때문이라고 말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23일 남해군 설천면 동흥방파제 인근 해안에서 5t에 달하는 정어리 떼가 집단 폐사한 채로 발견됐는데, 국립수산과학원은 조사를 통해 어민들의 투기로 발생한 것으로 결론냈다.
일부 질병이 있는 정어리가 발견됐지만 직접 사인은 아니었고, 용존산소량도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다는 게 과학원의 설명이다. 김현우 연구원은 “현장 탐문 조사를 통해 어민들이 일부 해상에 투기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며 “정어리가 너무 많이 잡히는데 위판도 안 되고 보관할 곳도 없다 보니 잡힌 것을 해상에 투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사체 처리는= 지난해의 경우 시는 폐사한 정어리 226t을 수거해 91%(206t)는 소각처리했고 9%(20t)만 퇴비 등으로 재활용했다. 시에 따르면 자갈 등 이물질이 포함된 ‘해안수거분’은 자원회수시설에 반입해 소각 처리하고 ‘해상수거분’은 음식물자원화시설에서 퇴비 등으로 재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해안수거분’의 경우 모두 성산·진동소각장에서 소각할 계획이다. 시는 두 소각장에서 1일 최대 15t을 소각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물질이 섞이지 않은 ‘해상 수거분’의 경우 시가 운영하는 음식물자원화시설에서 사료화·퇴비화할 방침이다. 시는 해당 시설에서 1일 15~20t 정도의 양을 처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부하 등 상황에 대비해 밀양과 고성에 있는 민간 음식물자원화시설 2곳(1일 최대 10t)도 확보했다.
다만 정어리 집단 폐사 원인이 발표될 때까진 전량 소각 처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