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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정치/사회/경제경제고물가에 『지갑 텅 빈다』…추석 코앞 장 보는 손님도 상인도 「한숨」

고물가에 『지갑 텅 빈다』…추석 코앞 장 보는 손님도 상인도 「한숨」

-전통시장서 만난 시민들 차례상 마련 고민/작년보다 4.9% 싸다는데…시장 체감은 달라/차례장 보니 “20만원어치 샀는데 절반밖에”/소득 감소·고물가 겹쳐…”그나마 시장이 싸”/상인들도 “마진 남기려면 가격 더 못 내려”-

[경상뉴스=박영환 대기자] “차례상 예산으로 20만원 어치를 샀는데 생각했던 양의 절반밖에 못 샀어요.”

미국에서 살다가 추석 명절을 보내러 10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김은희(56)씨는 추석 장을 보러왔다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맞는 첫 추석이라는 김씨는 “그동안 부모님이 챙겨주셔서 잘 몰랐는데 직접 챙겨보니 물가 체감이 많이 다르다”고 토로했다.

추석을 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차례상 준비를 위해 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남부지방의 가뭄에 여름철 집중호우, 폭염이 겹쳐 농산물 가격이 비싸진 반면 지갑은 가벼워진 탓이다.

지난 22일 낮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은 사과, 배 등 추석 성수품을 사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장바구니 수레를 끄는 이들이 시장 초입에 들어설 때부터 상인들은 “추석이니 몇 개 더 줄테니 여기서 사가요” “싸게 해줄게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대문구에 사는 한점숙(68)씨는 “집 앞에 마트가 있지만 사과나 배 등이 3개에 1만3000원으로 비싸서 멀더라도 그나마 싼 먹거리를 살 수 있는 경동시장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6일 전국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주요 28개 성수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해 차례상 차림 평균 비용은 지난해보다 4.9% 낮은 30만3002원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을 이용할 땐 26만3536원, 대형유통업체를 이용할 땐 34만2467원으로 각각 지난해보다 3.2%, 6.2% 저렴했다.

하지만 추석 장을 보러 온 손님들은 선뜻 물건을 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상대적으로 소득은 감소한 반면 체감 물가는 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 물가 지수는 121.16으로 7월(120.08)보다 0.9% 올랐다. 생산자 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앞으로도 물가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추석 차례상에 올라가는 농산물과 축산물 가격이 전월 대비 각각 13.5%와 1.5% 올랐다.

경기도 광명에서 올라온 김모(75) 할머니는 떡집 주인과 한참 흥정을 한 끝에 송편값을 깎았다. 김씨는 “옛날부터 여기가 그나마 값이 싸서 왔다”며 “몇 년 전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물가는 오르기만 할 뿐 전혀 안 내려가는 거 같다. 송편도 같은 양을 5000원이면 사던 게 이젠 1만원줬다”고 했다.

한씨도 “5~6년 전만 해도 20만원 정도로 추석 준비가 가능했는데 지금은 30~40만원까지 필요하다”며 “오랜만에 손주들 얼굴 보는 건 좋지만 명절을 치르고 나면 지갑이 텅텅 비니까 무섭다”고 전했다.

지난달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물가 변동 영향을 제거한 실질 소득은 3.9% 감소했다. 이는 가계동향조사에 1인 가구를 포함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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