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전태일다리 위에 세워진 전태일 동상을 닦고 있다. 1963년 ‘근로자의 날’로 제정된 5월 1일은 올해 ‘노동절’로 이름이 바뀌고 처음으로 법정 공휴일이 됐다. /뉴시스
-“쉬는 건 언감생심… 일해야 살죠”/플랫폼·특수고용직 노동자 등 소외/첫 노동절 기념식 양대노총 참석-
[경상뉴스=민태식 선임기자]“나 같은 사람에게는 노동절이고 뭐고…일단 살아야죠.”
배달노동자 이모(40)씨에게 63년 만에 공휴일로 지정된 노동절 계획을 묻자 그는 일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공휴일에는 음식 배달 주문이 종일 이어진다. 그럴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씨 같은 플랫폼 노동자를 비롯해 특수고용직, 이주노동자, 고령 근로자 등 상당수는 노동절에도 쉬지 못한다. 정부가 노동의 가치를 기념하고 휴일 적용 대상을 넓히자는 취지로 노동절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했지만 정작 상당수 노동 현장이 그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의 지난 2월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35.2%는 ‘노동절 유급휴무를 보장받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일용직(60.0%), 프리랜서·특수고용직(59.3%),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58.3%) 등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유급휴무 보장 비율은 낮았다.
소득 기반이 취약한 고령층 역시 노동절에 좀처럼 쉬지 못한다. 서울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최철원(65)씨는 “교대 직이라 노동절에도 근무를 나오라고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년 전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다 다리를 다쳤지만 산재 처리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30만원대인 기초노령연금만으로는 살기 어려워 경비원 일을 하고 있다. 법인택시를 모는 택시기사 조모(68)씨도 “월 근로일이 25일 정도로 정해져 있어 노동절에도 일해야 한다”며 “돈을 더 준다는 이야기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55~79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0.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66세 이상 노인의 소득 빈곤율은 3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이주노동자 역시 노동절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네팔에서 온 40대 A씨는 “경기도 화성의 한 농장에서 주 6일 하루 10시간씩 일하지만 휴일수당을 받지 못한다”며 “노동절에도 당연히 출근한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의 자동차 부품 회사에 다니는 몽골인 30대 B씨도 “휴일근무수당은 지급되지만 쉬고 싶다고 하면 ‘어렵다’는 답이 돌아온다”며 “1년에 쉬는 날은 설과 추석을 포함해 5일 정도”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출신 섹 알 마문(49)씨는 “공휴일에 쉬고 싶다고 말하면 사장이 비자 연장과 재계약을 안 해줘 쫓겨날 수 있기 때문에 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고용주는 마문씨에게 “가족도 없는데 네가 공휴일에 쉬면 뭘 하겠느냐”는 폭언을 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노동절 부당 근로에 대해 정부는 재직자 임금체불 등 익명 제보센터에서 제보를 받고 감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1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정부 주도 노동절 기념식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모두 참석한다.
민주노총은 당초 노동절 당일 오후 자체 세계노동절대회에서 투쟁 기조를 내세워야 하는 상황에서 오전에 정부·경영계가 함께 모이는 기념식에 참여하는 것이 어색하다는 지적에 기념식 참석을 유보했다.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노총 지도부의 만남 이후 민주노총 요구보다 대통령 메시지가 더 부각되며 ‘정부 들러리를 그만 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최근 BGF로지스와 화물연대의 교섭이 정부 중재로 최종 타결되면서 민주노총 내에서도 참석 쪽에 무게가 실렸고, 30일 오후에야 기념식 참석을 결정했다. 민주노총의 정부 주최 첫 노동절 기념식 참석을 두고 노동계 안팎에서는 노사정 간 변화의 움직임으로 해석하려는 기류도 있다.
정부 차원의 기념식과 별개로 양대노총은 노동절을 기념해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오후 1시부터 세종대로 일대에서, 한국노총은 오후 2시부터 여의대로 일대에서 수만명이 참석하는 집회와 행진을 한다. 이에 따라 인근 지역의 교통 정체가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가급적 지하철을 이용하고, 차량을 이용할 경우 교통정보를 미리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