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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칼럼/논단/인물[김용수 칼럼」경자유전(耕者有田) 무색, 농지전수조사에 농촌 사회 폭풍전야...「처분하라」는 농지정책…살 사람은 있나?

[김용수 칼럼」경자유전(耕者有田) 무색, 농지전수조사에 농촌 사회 폭풍전야…「처분하라」는 농지정책…살 사람은 있나?

▲경상뉴스 대표 김용수

-드론까지 띄워 전국 농지 전수조사 진행/ 고령농 농사포기한 전·답 어쩌나 불안팽배/매물급증 농지가격 폭락으로 농촌빈곤 가속화/ 서울 아파트는 뭉칫돈 벌고, 힘없는 농민 논밭 가격만 폭락시켜 “땅 부자가 하루아침에 거지가 돼 넘쳐 나고 있어-

농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른 가운데 어느 언론 보도에 달린 댓글이 농민들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 정부는 농지전수조사를 통해 불법·편법 이용을 바로잡고, 농지를 실제 경작자에게 돌려주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농사를 못 지으면 팔라고 하는데, 정작 살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간극은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농지 시장이 이미 정상적인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옛날 농지개혁이 이뤄졌던 1949-1950년 이래 가장 불안한 농촌사회인 듯하다. 그래도 그때 근심은 ‘행복한 걱정이었다.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가질 수 있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에 따라 일부 지주에게 편중된 국가가 매입하여 농민에게 분배했기 때문이다.

정부 설명만 보면 정책은 충분히 유연해 보인다. 농지법은 다양한 예외를 인정하고, 위반이 있더라도 곧바로 처분이나 이행강제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진 처분 기간과 유예 장치를 두고 있다. 고령이나 질병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임대도 가능하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강제로 땅을 빼앗는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현실이다. 현장의 농업인들에 따르면, 지금 농촌에서는 이미 수요가 무너지고 있다. 은퇴를 앞둔 고령 농민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농지를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기존 농민은 농기계와 운영자금 대출에 묶여 추가 매입 여력이 없고, 청년농은 의지는 있어도 초기 자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어드는 구조에서, “직접 경작하지 않으면 처분하라”는 정책은 아무리 완곡하게 표현하더라도 현장에서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 전국의 농지 거래가 뚝 끈기고, 가격이 폭락한 데다 팔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공급은 늘고 수요는 줄어드는 구조에서, “직접 경작하지 않으면 처분하라”는 정책은 아무리 완곡하게 표현하더라도 현장에서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전수조사가 시작되면서 전국의 농지 거래가 뚝 끈기고, 가격이 폭락한 데다 팔려고 내놓아도 거들떠보는 매입자가 없고 또 농지를 사려면 내가 사는 시, 군구의 연접지역이거나 30킬로 이내만 농지취득증명서를 발급한다.

차량으로 한두 시간이면 100~200㎞를 가고, 대다수 농민들이 농기계를 임대하여 농사를 짓는 시대인데도 말이다. 도시인이 귀농을 하려 해도 농지를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나라안의 돈이 온통 주식시장과 수도권으로 물려, 지방의 농지 거래가 완전히 실종된 상황이다.

정부는 농지은행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실제로 매입 규모를 늘리고 임대 기능을 확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질문은 남는다. 앞으로 시장에 쏟아질 농지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가. 농지은행이 보완적 장치인지, 아니면 사실상 최종 매입자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책적 방향도 분명하지 않다. “팔라”고 권고하면서도 “매입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농민은 어디에 팔아야 하는가.?

이 지점에서 일부 농민단체들이 제기하는 ‘토지 공개념’ 접근은 단순한 이상론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농지를 보다 공공적으로 관리하고, 정부가 확보한 농지를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재분배하자는 구상은 고령농 은퇴와 비자경 농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이 될 수 있다.

특히 투기성 보유나 장기 미경작 농지를 정리하고, 청년농에게 토지를 연결하는 데에는 분명한 정책적 의미가 있다. 이러려면 모든 농지를 정부가 사들여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 부담과 시장가격 왜곡, 행정 비효율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 따라서 무조건 매입하기보다, 어디까지 공공이 개입할 것인가를 설계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농민들이 처분명령을 받거나 이행강제금을 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농민들은 예외 없이 1996년 1월 이후 취득한 농지(2027년부터 1996년 이전에 구입한 농지도조사 예정)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

현재 농민 평균 연령이 67.7세로, 농민들 대부분 자신과 자녀들이 먹고살 것 정도만 농사를 짓는다. 농사를 지어 봐야 이익은 고사하고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기계화 덕분에 트랙터와 이양기, 콤바인을 빌려 농사를 지을 수는 있지만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규제 위주의 농지 정책은 농민의 빈곤을 불렀다. 웬만한 농지 수천 평을 팔아도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못 산다. 수십 년 동안 서울 사람은 서울에 살아서 부자가 되고 농민들은 시골에 산 탓으로 빈곤층이 되는 구조적인 불평등이 빚어진 것이다.

지금 제기되는 농지 문제의 본질은 규제가 아니라 수요다. 수요를 만들지 못한 채 공급만 밀어내는 정책은 결국 현장의 불안과 불만을 키울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팔라”는 메시지가 아니라, “팔 수 있게 만드는 구조”다. 팔라고 하기 전에, 누가 사줄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야 한다. 답하지 못하면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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