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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정치/사회/경제경제청탁금지법 식사「3만 → 5만원」추석前 시행… 농축수산물 선물 30만원 허용 검토

청탁금지법 식사「3만 → 5만원」추석前 시행… 농축수산물 선물 30만원 허용 검토[10문10답]

국민권익위원회가 청탁금지법상 식사비 한도를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2일 의결한 가운데 최근 서울의 한 음식점 앞에 메뉴 가격표가 붙어 있다. 뉴시스

■ 10문10답 –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공직자 1회 100만원 초과 수수/직무 관련성·대가성 불문 처벌/“처벌조항 없다” “입증자료 부족”/권익위, 법규정 해석논란 잇따라/과잉규제로 요식업 등 내수타격/식사비 상한 8년만에 상향 결정-

[경상뉴스=민태식 기자]8년 전 도입 당시 과잉 입법 논란을 빚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헬기 이송 특혜 논란 등 굵직한 사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가 모두 “위반 사항 없음” 결론을 내리면서다.

여야는 각자 입장에 따라 권익위의 판단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청탁금지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진 형국이다. 이뿐만 아니라 8년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이번 추석 전 청탁금지법의 식사비 한도를 5만 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하기도 했다. 법 시행 초 엄격했던 잣대 대신 고무줄 잣대식 법 적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일부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만 청탁금지법을 적용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1. 청탁금지법 제정 배경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100만 원을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청탁금지법 제정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벤츠 검사 사건’이다. 2011년 현직 이모 검사가 내연 관계에 있던 최모 변호사로부터 사건 청탁의 대가로 명품 핸드백과 고가의 승용차 등 5591만 원어치의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됐다. 이 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됐지만, 대법원은 이들이 주고받은 선물이 연인 간의 경제적 지원이라고 보고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해당 검사는 무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의 항소심 판결 과정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논란이 들끓었다. 이에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공직자에 대한 청탁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2012년 대법관 출신 김영란 당시 권익위원장이 입법을 추진했다.

2. 법 제정 과정 및 논란

2012년 권익위가 국회에 낸 청탁금지법은 본래 부정청탁 금지, 금품 수수 금지와 더불어 이해충돌방지 규정까지 포함됐다. 이해충돌방지 조항이란 공직자가 각종 업무에서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사익을 추구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그러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모호하고 포괄적이며 위헌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동시에 공직자 외에도 사립 교원, 언론까지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정작 국회의원은 공익 목적으로 제삼자의 고충 민원을 들을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일부 예외를 두고 법을 적용키로 했다. 이를 두고 “국회의원만 특권을 누리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청탁금지법은 공직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근절하기 위해 강력한 법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법 적용 대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했다. 또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한 만큼, 공무원들을 경직시키고 복지부동을 강화해 일반 국민의 청원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무엇보다 농축산업, 화훼업, 요식업 등 특정 산업의 매출을 감소시키고 나아가 내수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3. 청탁금지법의 구체적 처벌 기준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 포함)는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 여부를 불문한다. 직무 관련자에게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 이하 금품을 받은 경우에는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수수 금액의 2∼5배를 과태료로 내야 한다.

직무 관련자로부터 제공받더라도 사교·의례·부조 등의 목적이라면 상한액을 넘겨야 처벌 대상이다. 식사·다과 등 음식물은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이 기준이다. 다만 농·축·수산물과 명절 선물은 상한액이 좀 더 높다.

부정한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공직자가 제3자를 위해 부정 청탁을 했다면 3000만 원 이하 과태료에 처해진다. 1시간 기준 40만 원 이상 외부 강의료를 받고도 초과 금액을 신고하거나 반환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에 처해진다.

4. 수사기관의 신고 남발 예방책

청탁금지법 시행 초기에는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건넸다며 112로 신고하는 등의 사례 때문에 신고 남발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법이 정착되며 무분별한 신고는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청탁금지법 위반과 관련한 신고 남발을 막기 위해 다양한 예방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우선 신고는 실명(實名) 서면 신고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신고자는 자신의 인적사항과 신고 내용 등을 적고, 서명한 문서와 함께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관련 자료로는 사진이나 영수증 등의 증거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법 위반행위가 발생할 경우 위반자가 속한 공공기관이나 그 감독기관, 감사원, 수사기관, 권익위 등에 누구나 신고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직접 방문이나 우편 또는 국민신고, 권익위 홈페이지, 감사원 홈페이지 등 인터넷 신고도 가능하다.

5. 대표적 수사·처벌 사례

‘가짜 수산업자’ 사건과 ‘은수미 전 성남시장 뇌물’ 사건 등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대표적 사례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2020년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 씨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전·현직 언론인을 상대로 250만 원 상당의 포르쉐 렌터카를 무상 제공받고 수산물 등의 금품 총 336만 원을 제공한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는 지난 26일 박 전 특검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전·현직 언론인들은 벌금 250만∼1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은 전 시장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다. 은 전 시장은 자신의 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던 성남중원경찰서 소속 경찰관들로부터 승진 청탁과 4억5000만 원 상당의 관급공사 납품 계약 체결 등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자신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해 달라고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은 전 시장은 자신의 정책보좌관으로부터 현금 400만 원과 67만 원 상당의 와인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가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 앞에서 농축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청탁금지법상 선물 가액 상향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6. 논란이 된 적용 사례

청탁금지법은 시행 8년에도 ‘아전인수’식 계산법으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적용 과정에서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2019년 7월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환매 사태(라임 사태)에서 술 접대를 받은 검사들이 모두 청탁금지법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전·현직 검사 3명은 라임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536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2020년 12월 이들을 기소하면서 술값 가운데 밴드와 유흥접객원 비용 55만 원을 제외한 481만 원을 술자리 참가자 수 5명으로 나눈 96만 원이 1인당 접대비라고 계산했다. 금액이 청탁금지법이 정한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은 해당 사안을 놓고 ‘제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하며 재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검찰 개혁’ 주장을 이어갔다. 대검찰청은 2021년 8월 의혹을 받은 검사 3명에 대해 법무부에 징계 처분을 요청했다. 다만 기소된 검사 1명에 대해서는 징계심의 정지 결정이, 불기소된 검사 2명에 대해서는 징계심의 보류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7. 김건희 여사 사건 종결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 여사는 2022년 9월 13일 재미교포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전달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았다.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는 지난해 11월 해당 사실을 보도한 뒤, 윤 대통령 부부를 청탁금지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선물을 받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는 배우자가 부정한 금품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지체 없이 소속 기관장에게 서면 신고해야 한다. 앞서 권익위는 ‘직무 관련성’이 없어 신고 대상이 아니라며 해당 사건을 수사기관에 넘기지 않은 채 종결시켰다. 청탁금지법상 배우자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이에 직무관련성이 인정돼도 김 여사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26일 대통령실로부터 해당 명품 가방을 임의 제출받아 확보한 상태다. 검찰은 이 가방이 최 목사가 선물한 것과 같은 제품인지 검증하고, 가방의 진위 여부와 사용 흔적 등을 확인한 뒤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8. 이재명 헬기 사건 처분

23일 권익위는 이 전 대표의 응급 헬기 이송 과정에 청탁금지법 위반 요소가 있었는지 조사해 달라는 신고 사건에 대해 “입증 자료가 부족해 ‘종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권익위는 1월 2일 이 전 대표가 부산 가덕도 인근에서 피습된 후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119 응급의료헬기를 이용해 전원한 것과 관련해 부정 청탁이나 특혜 제공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신고를 접수한 바 있다. 대신, 권익위는 이 전 대표의 헬기 이송과 전원에 관여한 서울대병원·부산대병원 의사와 부산소방재난본부 직원은 공직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표와 이 전 대표의 비서실장이었던 천준호 민주당 의원의 ‘공직자 행동강령’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국회의원에게 적용되는 ‘공직자 행동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권익위는 결론지었다.

9. 청탁금지법 개정 추진 경과

권익위는 2018년부터 공직자 등에 허용하는 사교·의례·부조 목적의 선물비 상한액을 5만 원으로 유지하되, 농수산물이나 농수산물이 원료·재료의 50%를 초과한 가공품에 한해 상한액을 10만 원으로 상향했다(축산물·임산물 포함). 경조사비의 경우 현금 경조사비 상한액을 기존 1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낮추되, 화환·조화(결혼식·장례식)는 10만 원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2022년부턴 설·추석 명절 기간에 한해 농수산물 및 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 범위를 평상시보다 2배 상향할 수 있게 됐다. 또 지난해엔 기존 10만 원이었던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축산물·임산물 포함) 선물 가액이 15만 원으로 상향됐다. 이에 따라 설날·추석 명절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은 기존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랐다. 반면 경조사비는 2017년 10만 원에서 5만 원으로 줄었다.

10. 권익위, 식사비 상향도 추진

권익위는 22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이 예외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음식물의 가액 범위를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식사비 한도가 조정되면 이는 2016년 법 제정 이후 8년 만이다.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냉면 한 그릇의 평균 가격은 올해 1만1923원으로, 2020년 대비 32.5% 상승했다. 현행 가액은 물가상승률이 전혀 감안되지 않은 상태인 셈이다. 이에 권익위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들이 폐업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풀어 소비 활성화를 촉진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농축수산업 종사자들의 영업활동 여건이 나아질 수 있도록 식사비는 기존 3만 원에서 5만 원으로, 농·축·수산물은 15만 원에서 20만 원 또는 30만 원으로 현실화시켜 줄 것을 정부에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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