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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정부의 몰락…「손바닥 王 자에서 버거보살까지」

▲주술에 기댄 ‘국정농단’은 실패한다 경종
지난 2021년 10월 1일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MBN 주최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대선 경선 때부터 천공, 건진 등 논란 돼/출범 직후 용산 이전도 풍수지리로 파문/이태원 참사, 영국여왕 조문도 무속 논란/동해·가스전 발표 배경에도 천공 그림자/’지리산 도사’ 명태균에게서 시작된 파문/계엄 기획자 ‘버거보살’ 노상원으로 파국-

[경상뉴스=김관수 기자]4일 헌법재판소의 전원일치 파면 선고로 파국을 맞 된 윤석열 정부는 정권 출범 전부터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비상계엄까지 ‘무속 국정농단’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은 지난 2021년 10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토론부터 무속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10월 1일 5차 경선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쓰고 나오면서 무속인이 그려준 부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석열 캠프 측은 “이웃 주민 한 분이 손바닥에 글씨를 써줬는데, 잘 안지워졌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무속 논란은 커졌다.

같은 달 11일 KBS 광주방송총국에서 열린 토론회에도 윤석열의 무속 논란은 이어졌다. 당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무속인 ‘천공'(본명 이천공)을 언급하면서 “저번 토론이 끝난 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게 ‘정법은 미신이 아니다. 명예훼손이 될 수 있으니 유튜브를 보라’고 해서 봤는데 무지 황당했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천공이 유튜브에서 ‘내 손에서 에너지가 나가기 때문에 이걸로 암 환자가 나았다’ ‘김일성 부자가 노벨상을 받게 될 것이다’ ‘백두산이 영하 수십도가 돼도 내가 가면 봄날씨가 된다’ 등을 주장한 것에 대해 언급하면서 “황당하지 않냐. 이 사람이 (당신에게) 검찰총장 그만두라는 것까지 조언했느냐”고 따졌다.


▲천공 정법 강의 ‘대한민국 노동자 퇴치 운동’ 영상. 2022.10..31.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윤석열은 당시 “부인하고 같이 만났느냐”는 유 전 의원 질문에 “그렇다”고 시인했다. 유 전 의원이 “이 사람은 자기 스스로 자칭 정법, 천공 스승님이다. 뭐라고 부르냐”고 재차 따지자, 윤석열은 “선생이라고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윤석열은 무엇이 잘못된 지도 모르는 기색이었다. 유 전 의원의 공세에 오히려 “재미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만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발끈하고 나섰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도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됐다. 무속인으로 알려진 전 씨가 과거 김건희 씨의 ‘코바나컨텐츠’에서 고문을 맡았을 뿐 아니라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도 비선으로 활동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은 커졌다. 당시 캠프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전 씨가 2015년 예술의전당에서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 ‘마크 로스코’전 VIP개막식 행사에 참석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른바 ‘건진법사’로 알려진 전성배 씨가 19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4.12.19. 연합뉴스

대선이 한창이던 2022년 2월 김의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씨가 2018년 주관한 ‘소 가죽 굿판’ 행사에 ‘코바나콘텐츠 대표 김건희’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검사장 윤석열’이 적힌 연등이 걸린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해당 행사는 소 가죽을 벗기는 엽기적인 굿을 해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김 의원은 “김건희 씨를 중심으로 한 무속 집단이 총망라된 현장이었다”며,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무속인의 관계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건희 씨와 친분으로 승승장구했던 전 씨의 말로는 좋지 않았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 경북 영천시장 경선에 나선 예비후보로부터 1억 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 취임 뒤에도 무속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이 아무런 국민적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용산 대통령실 이전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각종 역술인과 풍수가가 국방부 청사 부지를 다녀갔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뒤늦게 풍수지리 전문가가 국방부 청사 부지를 드나든 사실이 밝혀졌다. 한남동 관저 이전에도 대구에 있는 김아무개 씨 등 각종 무속인이 연루됐다는 루머가 정치권에서는 끊이지 않고 돌고 있다.

▲’백재권의 세상을 읽는 안목’ 유튜브 화면 갈무리

무속 논란이 끊이지 않다보니 청와대 민간 개방 당시 한복을 입은 여성 등 이른바 ‘국민대표’들이 복숭아 꽃다발을 흔들며 청와대 대문을 열고 입장한 것이 청와대에 깃든 잡신을 쫓아내려는 무속 행위라는 소문까지 세간에 돌았다.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이태원 참사 조문을 할 때 김 씨 이마에 귀신퇴치용 숯검댕을 칠했다는 논란이 빚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화환도 영정도 없는 분향소, 근조리본을 거꾸로 다는 것 등도 모두 무속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성 루머까지 돌았다. 급기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조문을 취소한 것도 악령이 씌울까봐 두려움 때문이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만 3년도 되지 않아 (1060일 만에) 몰락한 윤석열 정부의 ‘말기’도 무속 논란은 잦아들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야당에 참패를 당한 윤석열은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으로 정치적 수세에 몰려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자 6월 느닷없이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만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발표 직후, 무속인 천공이 “우리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고 발언한 영상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또다시 무속인 국정농단 파문이 일었다. 실제 지난 2월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동해 심해 가스전’ 1차 시추 결과 ‘경제성 없다’고 결론이나면서 최근에 파문이 일었다.

▲지난달 16일 올라온 역술인 천공(본명 이천공)의 유튜브 강의. 해당 강의에서 천공은 “우리도 산유국이 된다”고 했다. 영상은 지난 1월 촬영됐다. 2024.6.13. 유튜브 채널 ‘정법2013’ 영상 갈무리

정권 몰락을 앞당긴 열쇳말 중 하나도 ‘무속’이다. 윤석열을 ‘장님 무사’, 김건희를 ‘앉은뱅이 주술사’라고 부른 ‘지리산 도사’ 명태균 씨 등장은 정권 몰락의 본격 신호탄이 됐다. 공천개입과 국정농단 의혹으로 불거진 ‘명태균-김건희 게이트’로 정권이 위기에 몰리자, 윤석열은 급기야 12·3 비상계엄을 단행했다. 하지만 여기에도 무속은 빠지지 않았다. 12·3 계엄 ‘기획자’로 알려진 퇴역 군인 노상원 씨(전직 국군정보사령관)가 ‘아기보살’ 점집을 운영한 무속인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는 계엄을 롯데리아 햄버거 가게에서 내란을 모의해 세간에 ‘버거보살’이라고 불렸다.

무속인이었던 노 씨는 경찰에 “계엄 두세 달 전쯤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운이 트이니까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조언하자 김 장관이 이를 듣고 기뻐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에 노 씨가 비상계엄령 선포 시기를 지난 3일로 정했을 수 있다는 추측까지 나왔다. 노 씨는 ‘버거보살’이라는 익살스러운 이름으로도 불리지만, 그의 수첩에는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조,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학살 대상)으로 지칭하고 방한계선(NLL)에서 북측의 공격을 유도하는 내용까지 담겨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23일 오전 경기 안산시 상록구 소재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차린 점집 앞에 제사 용품들이 쌓여 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12·3 비상계엄 사전 기획 혐의를 받는 노 전 정보사령관의 점집을 압수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비상계엄 선포 후 군부대가 배치될 목표지와 배치 계획 등이 적힌 수첩 등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2024.12.23.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4.12.24 연합뉴스.

무속 논란으로 시작한 윤석열 정권이 결국 무속으로 몰락하면서, 한국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주술 등에 기댄 국정농단이 허용되지 않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8년 전 ‘최순실 게이트’로 몰락한 박근혜 정권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순실 씨는 무속에 밝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3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 당시 ‘오방낭'(오방색 주머니) 나무를 기획했다. ‘우주’ ‘기운’ ‘혼’ 같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의 주술적인 단어들도 모두 최순실 씨 태블릿PC에 담겨 있던 내용들이었다. 이로 인해 박근혜 정부 역시 ‘샤머니즘’ 논란과 함께 몰락했다.

다만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무속인 등의 국정농단은 시민단체들의 고발에도 제대로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추후 특검 등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국정을 농단한 데 대해 처벌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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