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을 활용한 장온면. 아름지기 제공 ⓒ그루비주얼
‘장, 식탁으로 이어진 풍경’展
아름지기 사옥서 11월15일까지
[경상뉴스=김관수 기자]옛 성인(聖人)들은 여름철 뚝 떨어진 입맛을 ‘즙장(汁醬)’으로 잡았다고 한다. 된장에 오이나 가지 등 제철 채소를 절인 속성장(速成醬)으로, 은근한 새콤함이 밥맛을 돋웠다.
겨울에는 따뜻한 아랫목에서 차가운 ‘청육장(淸肉醬)’을 즐겼다. 청국장에 쇠고기를 넉넉히 넣어 끓인 뒤 색색깔 고명을 얹은 별미다.
지난달 29일부터 서울 종로구 아름지기 사옥에서 선보인 기획전 ‘장, 식탁으로 이어진 풍경’은 계절마다, 지역·집안마다 다채로운 전통 장의 세계를 조명한 흥미로운 전시다. 친숙한 간장이나 된장부터 대구장, 두부장 등 비교적 낯선 장까지 아우르며 전통 장의 다양한 쓰임과 의미, 오늘날 식탁에 올랐을 때의 멋을 소개한다.
우리 식문화는 고유의 환경 조건 등으로 인해 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전시 기획에 참여한 정혜경 호서대 명예교수는 “장은 고조선부터 이어져 온 소중한 유산이자 K푸드의 본질”이라며 “경작한 농산물보다는 산에서 나는 임산물을 주로 채취해 먹은 선조들은 풍미와 단백질을 보완하고자 콩으로 만든 장을 즐겼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이런 장들과 어울리는 상차림도 선보였다. 꿀을 넣어 만든 ‘약고추장’은 골동반(骨董飯·비빔밥)에 곁들였다. “천 리 길을 들고 가도 상하지 않는다”는 뜻이 담긴 ‘천리장’은 꼬치 요리인 화양적(華陽炙)과 내놓았다.
이정연 큐레이터는 “19세기 생활백과사전인 ‘규합총서’ 등 고문헌을 토대로 현대인 입맛에도 맞을 상차림을 연구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렵긴 했겠으나, 음식들을 모형으로 보여준 건 아쉬웠다.
현대 공예작가 15명과 협업한 이번 전시는 음식에 어울리는 식기와 담음새까지 입체적으로 조명했다. 11월 1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