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승객 26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했다. (사진=목포해양경찰서 제공).
-2만6000t 여객선, 무인도에 뱃머리 얹힌 채 기울어/구조 승객 6차례 걸쳐 목포 땅 디뎌 안도감에 털썩/”현재까진 운항 과실 추정” 해경, 다각적 원인 조사-
[경상뉴스=박영환 기자]영주 기자 = 전남 신안 해상을 항해 중이던 대형 여객선이 좌초됐으나, 승객과 승무원 267명 전원이 구조됐다.
해경의 총력 구조로 여객선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육지에 다다른 승객들은 겨우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안도했다.
하마터면 또 대형참사가 될 뻔한 사고 원인에 대해 해경은 운항 과실 등 가능성을 열어두고 본격 조사에 나선다.
제주~목포 여객선, 무인도 위에 ‘쾅’…267명 전원 구조
20일 목포해양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 인근 해상에서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267명이 승선해 있는 2만6000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바위 위에 좌초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경비함정 17척과 연안구조정 4척, 항공기 1대, 서해특수구조대 등을 급파, 승선원 전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조치했다.
해경은 임산부, 노약자, 부상자 등 우선순위에 따라 총 6차례로 나눠 구조 함정에 태운 뒤 목포 해경전용부두까지 이송했다. 배에 타고 있던 267명은 사고 접수 3시간10분여 만인 오후 11시27분 모두 해경에 의해 구조됐다.
현재까지 임신부와 허리 환자 등 27명이 부상자로 잠정 분류됐다.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구조 뒤 목포해경 전용 부두로 차례로 옮겨진 승객들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임시 숙소 등지에서 휴식하고 있다. 다만 여객선 예인 등에 필요한 선원 20여명은 해경과 함께 선내에 남아있다.
간신히 도착한 목포…구조 승객들 ‘십년감수’
해경 구조 함정을 타고 사고 해역을 빠져 나온 승객들은 목포해경 전용부두에 속속 도착하며 안도감을 숨기지 않았다.
제주 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던 승객들은 저마다 캐리어·가방을 챙겨 부두 잔교를 건너 부랴부랴 구급차 또는 이송 버스에 올라탔다.
육지에 발을 내딛자마자 승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거나 그제야 긴장감이 풀린 듯 자리에 잠시 주저앉기도 했다.
한 중년 여성은 “몸이 넘어질 정도로 충격이 컸다. ‘쿵’ 소리가 난 후에는 정신이 없었다”라며 사고 당시를 회상했다.
70대 남성 승객은 “소리가 무지 컸다. 환자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안내 방송은 우왕좌왕하다 한참 뒤에야 늦게 나왔다. 안내방송은 ‘움직이지 말고 기달려달라’라고만 할 뿐이었다”며 답답한 구조 과정에 울분을 토했다.
다른 승객들도 “세월호 사고가 떠올라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몸은 괜찮다”, “이제 걱정 마”라며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에게 전화로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승객들은 이날 오전 0시35분까지 차례로 육지에 도착, 병원 이송 또는 임시 숙소로 옮겨질 예정이다. 중상자는 현재까지 없으며 부상자 27명을 제외한 승객들은 목포 시내 호텔 등지에 마련된 임시 숙소에 머문다.
운항 과실에 무게?…해경 본격 조사
해경은 날이 밝는 대로 본격적인 좌초 원인 조사에 나선다.
사고가 난 여객선은 항로를 이탈, 무인도인 ‘족도’에 뱃머리가 얹혀진 채 15도 이상 기울었다.
사고 지점은 장산도와 족도 등 여러 무인도 사이 좁은 해역이다. 남쪽에는 족도를 포함, 작은 바위섬과 암초(여)가 다수 분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장산면 족도에서 승객 260여명을 태운 여객선이 좌초했다. (사진=목포해양경찰서 제공).
장산도 남쪽으로 휘어 들어오는 항로 인근에 만조와 간조 때 수면 위·아래로 드러나는 암초나 바위섬의 띠가 있다.
조류가 섬 주변을 돌아 나가면서 암초 주변에 와류가 생기기 쉽고, 주변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이 항로를 이탈할 경우 유사 사고의 위험성이 큰 곳으로 전해졌다.
해경은 일단 선장과 기관사 등을 통해 사고 직전 운항 과정과 좌초까지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한다. 항법시스템 이상, 항로 이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적으로 검증한다.
다만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은 긴급 현장 브리핑에서 “좌초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선장 또는 항해사의 과실로 추정 중이다”며 운항 과실에 무게를 뒀다.
다만 날이 밝는 대로 사고 여객선을 예인하는 등 항만으로 옮겨 살펴보고 운항 규정 준수 여부 등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