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각하’ 부르기 운동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 이철우 페이스북
-포항시민단체 “권위주의 시대 잔재, 윤석열 옹호하나”-
[경상뉴스=김관수 기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윤석열 대통령을 ‘각하’라고 부르자며 연일 ‘각하’라는 단어를 자신의 SNS에 올리는 등 보수층 결집에 나서자, 지역 시민단체에서 규탄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윤석열 대통령 각하 부르기 운동합시다’라는 글을 올린 데 이어 18일에는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 사진을 배경으로 자신과 윤석열 대통령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에 ‘각하 보고 싶습니다’라고 쓴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15일 경북 구미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살릴 수 있죠? 박정희 대통령 때 각하라 불렀죠? 박정희 대통령 하면 각하라 얘기해 주세요. 각하 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각하’라는 단어 쓰지 못하게 극우 프레임 씌우는 것”
이 지사는 19일에도 SNS에 ‘각하 vs. 아버지 용어의 연성 사상전’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각하(閣下)’는 특정한 고급 관료에 대한 경칭”이라며 “권위주의 시대에 부정적으로 인식된 점은 있으나 그 자체로 나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각하(却下)’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며 “그 중의적 표현을 강조하기 위해 언급한 용어에 ‘극우선동’ 등으로 발끈하는 야당의 모습이 애처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승만, 박정희, 윤석열 대통령을 존중하게 될까봐, 탄핵이 실패할까봐 두려워서 ‘각하’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극우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용어의 연성 사상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국민 절반이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고 탄핵에 반대하는데 우리 국민들이 모인 평화로운 집회를 ‘아스팔트 극우세력의 난동’이라고 표현한다”며 “심지어 몇 년 전부터는 ‘태극기’도, 이제 ‘애국가’도 부정적으로 만들어간다. 이것이 바로 용어의 연성 사상전”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 지사가 ‘각하’라는 권위주의적 호칭을 자주 쓰는 것은 윤 대통령의 탄핵이 임박하고 조기 대선이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자 자신의 인지도를 여권 대선주자급으로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논란을 만드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지역 시민단체가 “위헌적 비상계엄으로 파면되어야 할 내란 수괴 윤석열을 각하라고 부르는 것은 독재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이 지사를 규탄했다.
포항시민단체연대회의는 19일 성명을 통해 “이 지사는 지난 2월 8일 동대구역에서 있었던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해 애국가를 불러 논란이 있었다”며 “그런데 또 ‘각하 보고 싶습니다’ 등의 글을 올려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각하라는 호칭이 권위주의를 상징한다는 비판에 13대 노태우 대통령 취임부터 호칭의 사용을 금지했고 현재는 쓰지 않는다”며 “그럼에도 이 지사가 ‘각하’ 부르기 운동을 하자는 주장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일 뿐 아니라 권위주의 시대의 잔재를 되살리고 독재로의 회귀를 꿈꾸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윤석열의 계엄선포는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하여 헌정질서를 한순간에 파괴하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행위”라며 “위헌적 계엄선포로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분노하고 있는데 이 지사는 윤석열을 옹호하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