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의 모습.
[경상뉴스=민태식 선임기자]헌법재판소(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면서, 내란주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군사재판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군사법원에서 시작된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달리, 여인형·이진우 전 사령관은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여 전 사령관 쪽은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공소 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등 체포 명단과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위치 확인 지시를 받았는데, 명단에 오른 사람의 주소, 핸드폰 번호도 알지 못했다. 우원식, 이재명, 한동훈을 미리 체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위치 확인을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체포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체포 요청을 한 적이 없고, 단지 위치 확인을 요청했을 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헌재는 이와 달리 “국방부 장관은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국군방첩사령관에게 국회의장, 각 정당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다”고 결정문에 명시해, “단지 위치 확인”이란 여 전 사령관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헌재는 ‘김용현이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여인형에게 국회의장, 각 정당 대표 등 14명의 위치를 확인하라고 지시했고, 이 지시가 피청구인(윤석열)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하여 국군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했고,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위 사람들에 대한 위치 확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발표 직후 윤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했고, 이후 여 전 사령관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체포 대상자 명단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체포 대상자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김민석·박찬대·정청래 민주당 의원, 조국 (당시) 조국혁신당 대표, 김어준 방송인, 김명수 전 대법관, 김민웅 교수, 권순일 전 선관위원장 등의 이름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지난해 12월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우 전 사령관은 지난달 28일 첫 공판에서 “정당한 임무수행이고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억이 희미하다”며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받았다’ 는 취지의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와 공소장에 담긴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당시는 헌재 선고가 늦춰지면서 ‘5:3 교착설’ 등 기각·각하설이 무성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검찰 조사 때는 윤 전 대통령이 자신과의 통화에서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 이전에는 “(국회)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끌어내라”고 했고, 국회의 계엄해제요구안 가결 이후에도 “내가 2번 3번 (계엄)하면 되는거니까 계속 진행해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헌재는 “이진우와 피청구인이 통화하는 동안 같은 차량의 앞 좌석에 앉아있던 이진우의 전속부관이 통화 내용을 대부분 들을 수 있었던 점, 피청구인의 지시가 없었다면 이진우가 갑자기 (수방사 1경비단장) 조성현에게 (국회) 건물 ‘내부’로 진입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할 이유가 없는 점에 비추어 피청구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탄핵 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한 사실은 있지만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내란에 가담한 장군들은 재판에서 “대통령과 장관의 명령을 거부하면 항명죄로 처벌될 수 있다. 단순히 상관의 명령에 따른 것일 뿐”(여인형)이라거나 “군 통수권자의 지휘를 받는 군인이라 검찰총장까지 지낸 대통령이 직접 선포하는 것은 당연히 모든 법적 절차를 거친 합법적 계엄이라고 판단했을 수밖에 없다”(이진우)고 주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런 주장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국군통수권은 헌법과 국군조직법 등 법률이 정하는 한계 내에서 행사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으로 국군통수권을 행사하여 국군을 이용하는 것은 헌법 제74조 제1항이 정한 헌법에 따른 국군통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을 남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행사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이 정한 한계에서 행사한다”며 “헌번이 정하고 있는 한계 중 하나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이라고 명시했다. 국군통수권이 무소불위 권한이 아니라 의무와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