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센터 방문이나 기초생활수급 물품 지급시 살폈더라면…”-
[경상뉴스=박영환 대기자] 지적 장애 1급인 조카를 47년째 홀로 돌보던 70대가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8일 순천시와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3시 30분께 순천시 한 다세대주택에서 A(여·78)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A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조카 B(50대)씨를 47년간 돌보다 쓸쓸히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숨진 A씨 옆에서 탈진한 상태로 발견됐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A씨가 결혼도 하지 않고 조카와 살고 있었던 사유는 4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40여년전 언니 부부가 숨을 거두자 그때부터 세살박이 조카를 맡아 키웠다. 젊은 시절 B씨를 돌보면서 결혼도 하지 않았다. 일하면서 받은 급여와 기초생활수급비로 녹록치 않은 생계를 유지해왔다.
지적장애 1급의 B씨는 성장하면서 장애인활동지원사의 관리를 받아야만 했다.
B씨를 매일 산책 시키는 등 돌보던 A씨도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 등 성인병이 생겨나고 구석구석 통증이 없는 곳이 없었다. 성장한 조카를 혼자 돌보기가 쉽지만은 않게되자 2013년부터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왔다.
그마저도 최근에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몸을 다치면서 지난 11월 이후 돌봄이 어려워졌다. 이를 파악한 순천시 장애인지원센터는 다른 지원사를 보내려 했지만 A씨가 사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지면서 장애인과 보호자에 대한 관리 및 연락 체계 등 행정당국의 무관심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70대 노인과 함께 사는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생존확인,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쌀 등 생필품을 지원하는 여러 과정서 한번쯤 안부를 살필만도 했다는 것이다.
A씨의 사연이 알고 지내던 한 요양보호사의 ‘연락이 안된다’는 경찰신고와 경찰 출동으로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행정의 소홀’ 탓이라는 지적을 뒷받침했다.
순천시는 매일 안부를 살피지 못했던 점에 대해 미안해 했다. 또 본인들이 원하지 않았어도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도움을 줬어야 했다는 늦은 후회도 했다.
A씨도 센터 관계자들이 집에 찾아오면 “걱정하지마라”는 모습을 보여, 일손 바쁜 센터에서도 그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섞인 해명도 나오고 있다.
A씨의 집에서는 침입 등 범죄 흔적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순천경찰서는 A씨의 정확한 사망원인 등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