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누리집 갈무리
[경상뉴스=민태식 선임기자]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대통령 경호처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경호처는 줄곧 ‘적법 절차에 따른 대통령 신변 경호’를 강조해왔는데 이를 명분으로 실제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설 경우 ‘내란 수비대’란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호처 관계자는 2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은 변한 건 없다”고만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날 “경호처가 보호하려는 대상은 내란 우두머리로 지목된 자로, (윤 대통령 체포에 협조하지 않으면) 내란동조 행위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노종면 원내대변인)고 압박했지만, 원론적 입장만 밝힌 것이다.
경호처는 지난달 31일 법원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이후 줄곧 이런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경호 대상자 보호를 ‘존재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기관 특성이나 그동안 보여온 모습을 고려했을 때,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종준 경호처장은 경호처 누리집 인사말에서 “대통령 경호처는 오직 경호 대상자의 절대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며 “앞으로도 대통령 경호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경호 대상자의 모든 순간을 지켜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경호처는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과 ‘윤 대통령 군 골프장 라운딩 논란’ 때 비판하는 졸업생과 취재진에 과잉 대응을 해 논란이 벌어지자 ‘매뉴얼대로 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호 대상자’인 윤 대통령 쪽에서 “체포영장 집행은 법적 근거가 없는 위법행위”라며 완강히 버티고 있는 것도 변수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만일 경찰기동대가 공수처를 대신하여 영장 집행에 나선다면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처장이 12·3 내란사태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것도 강경 대응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박 처장은 지난달 3일 비상계엄 선포 3시간여 전 윤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과 가진 ‘삼청동 안가 회동’의 연락책으로 지목돼, 경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같은 충남 공주 출신으로, 19대(공주·연기)·20대(세종)에서 새누리당(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을 받았으나 연거푸 낙선했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을 지냈는데, 이 시기에 민간인 신분으로 이번 계엄 사태를 사전 기획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경호처에서 함께 근무한 바 있다. 다만 경호처에선 “박 처장이 비상계엄과 관련된 내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락을 취했다”며 내란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경호처 입장에선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설 법적 근거가 없는데다, 실제 영장을 저지할 경우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어 매우 난감한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공수처는 이미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관련자들을 직권남용과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경고 공문을 보낸 상황이다. 민주당 쪽에서도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나설 경우, 박 처장 등에 대해 내란 모의, 2차 계엄 혐의를 적용해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처벌을 떠나 경호처가 내란을 엄호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는 점도 부담거리다. 특히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관저 주위로 몰려든 대통령 탄핵 찬반 지지자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어, 경호처의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