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달 서울지역 평균 가격이 작년보다 최고 13% 가까이 뛰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식자재값 뛰는데 전기·가스비 등 줄인상/최근 삼겹살·삼계탕 1인분에 2만원 육박/가격 부담 커 외식 줄이고 먹어도 조금만/“인건비라도 줄이자” 1인 자영업자 급증-
[경상뉴스=민태식 기자]“손님들은 지금도 비싸다고 난리지만 가격을 내릴 수 있는 게 없어요”
서울 강남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팬데믹 끝나면 장사도 괜찮아질 줄 알았더니 이젠 물가가 문제”라며 “인근 가게들보다 삼겹살 등을 더 저렴하게 팔고 있지만 손님들은 계산대에서 ‘너무 비싸다’고 한마디씩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A씨는 “고기 떼오는 값, 전기료, 가스비 다 올랐다. 양념장 재료 가격까지 다 올라서 직원 2명을 내보냈고 가족들이 번갈아서 나오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감당할 능력이 없다. 정말 가게 문 닫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18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지난달 서울지역 평균 가격이 전년 보다 최고 13%가량 상승했다.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은 품목은 삼계탕으로 작년 4월 1만4500원에서 지난달 1만6346원으로 1년새 12.7%가 올랐다.
자장면은 12.5% 오른 6915원, 삼겹살(200g 기준)은 11.4% 상승해 1만9236원까지 뛰었다. 이밖에 김치찌개 백반(8.6%), 김밥(7.4%), 냉면(7.2%), 비빔밥(6.9%), 칼국수(6.5%) 등 모든 조사 대상 품목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지난달 기준 1만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외식 품목은 김치찌개 백반과 자장면, 칼국수, 김밥 등 4개뿐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살펴보면 지난달 외식물가 지수는 117.15(2020년=100)로 전월보다 0.7% 올랐다. 2020년 12월부터 29개월 연속 상승했다.
▲통계청 ‘2023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반면 외식은 7.6% 올라 전월(7.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주메뉴의 양이나 반찬 가짓수를 줄이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은 인건비라도 줄이고자 직원을 고용하는 대신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나홀로 운영’에 나서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자영업자 수는 2018년 398만7000명에서 지난해 426만7000명으로 3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부정적인 지표가 쏟아지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하기는 매한가지다.
고깃집의 경우 1인분(150~200g)이 열량을 고려해 일일 권장 섭취량을 기준으로 한 중량이다 보니 대체로 성인에게는 부족한 양이다. 1인분 가격이 2만원에 육박해도 배를 채우려면 적어도 2인분, 많게는 그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
저녁 식사에 반주까지 곁들이면 외식 부담은 더욱 커진다. 식사·안주류에서 마진을 남기기 어려운 외식업계 특성상 자영업자들이 대개 술값에서 이윤을 남기지만, 소비자들은 소주 한 병 주문도 쉽지 않다. 현재 서울 기준 식당가 소주 가격은 대부분 5000원이고, 일부 업장에선 9000원까지도 받고 있다.
10대 자녀 2명을 키우는 50대 직장인 B씨는 “외식비가 겁나서 애들한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어떻게든 집에서 먹으려 하는 편”이라며 “어쩌다가 외식을 하면 애들한테는 많이 먹으라 하고 나는 조금 먹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외식업계에서는 현 수준보다 음식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각종 식자재 가격은 물론 전기료와 가스비 등이 크게 오른 데다 최저임금 부담까지 더해지고 있어서다. 소비자들은 당장 지출할 비용 부담으로 외식을 줄이고 있지만, 외식업계 종사자들은 앞으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2018년 7530원 ▲2019년 8350원 ▲2020년 8590원 ▲2021년 8720원 ▲2022년 9160원 ▲올해 9620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내년도 인상률이 3.95%보다 높으면 1만원을 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