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주년 광복절 앞둔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본관에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다.
-독립운동 입증 서류 대부분 소실/도 TF 구성… 인력·자료 부족 난항/독립운동 입증 서류 대부분 소실/
도 TF 구성… 인력·자료 부족 난항/“지자체, 문서주의·소극행정 탈피/다양한 자료로 서훈 신청 확대를”-
[경상뉴스=박영환 대기자]#1 고 박재선 선생은 1919년 3월 15일 의령군 신반리 장터에서 독립만세시위를 주도하다 검거돼 태형 60대를 선고받았다. 시위를 주도한 이들 중 일부는 독립유공자가 됐지만, 국가보훈부는 자료 부족 등 이유로 박 선생을 유공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2 고 오경팔 선생은 1942년 7월 창원보통학교 재학 시설 항일운동조직 ‘청년독립회’를 결성해 독립운동에 나섰다가 옥고를 치렀다. 출소 이후에도 고문 후유증으로 평생 고통 속에 살았지만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공자가 되지 못했다. 오경팔 선생 아들 오승재(52)씨는 과거 본지와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유공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정부는 계속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가능하다며 유족들한테 자료를 찾아오라고 한다. 독립운동에 관한 자료들은 정부가 당연히 보관해야 하는 것인데 아무런 권한이 없는 민간인들이 어찌 찾으란 말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1762명’. 경남도에서 발굴한 도내 미서훈 독립운동가 수다. 이들은 나라가 일본에 뺏겼을 때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에 나섰다. 독립운동을 위해 청춘을 바치고 형무소에 수감되어 온갖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독립운동을 했다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공자가 되지 못 해 기억 속에서 잊혀 가고 있다.
경남은 일제강점기 때 격렬한 독립운동과 의병 항쟁이 일어났던 지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립운동가지만 유공자가 아닌 이들이 1000여명이 넘는 실정이다. 늦었지만 경남도가 전담 조직을 신설해 미서훈 독립운동가들의 자료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서훈 신청에 난항을 겪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독립운동가지만, 유공자는 아니다= 경남도에 따르면 1762명이 도내 미서훈 유공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 별로는 △창원 171명 △진주 102명 △합천 89명 △밀양 80명 △함안 79명 △사천 64명 △의령 57명 △김해 54명 △산청 52명 △고성 46명 △양산 45명 △하동 43명 △통영 34명 △함양 31명 △거창 29명 △창녕 23명 △남해 22명 △거제 6명 등으로 확인됐다. 이외 735명은 주소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같이 도내에 미서훈 독립운동가가 많은 주된 이유는 증명 자료가 부족해 국가보훈부의 서훈 과정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임기홍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브리프(정책 소식지)에서 “국가가 서훈 책임을 맡았지만 실제 입증은 개인 몫이었다”며 “주로 일제가 작성한 수형 기록을 통해 독립운동 행적을 확인했는데, 일제가 패망하면서 식민 통치 서류를 대부분 폐기했다. 이 때문에 식민 통치 말기에 옥고를 치른 인사들의 경우 독립운동을 확인할 수단이 상실됐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위원은 이외에도 국가보훈부 유공자 심사 절차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국가보훈부는 오랫동안 엄격한 문서 증거주의를 채택해 왔다”며 “수형 기록이 아닌 다른 사료나 증언, 근거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당시 도내 독립운동가의 판결문이 보관되고 있던 진주법원에 불이 난 사건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진주법원에는 경남지역 독립운동가와 의병들에 대한 판결문, 처형 기록 등 공적 자료들이 보관 중이었다. 하지만 1949년 10월 27일 진주법원에 불이 나면서 관련 자료들이 소실된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발굴해야= 경남도는 지난 6월부터 전담 조직을 만들고, 도내 미서훈 독립운동가를 발굴해 서훈 신청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연구 인력이 부족하고, 자료가 많지 않아 난항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도 관계자는 “아직 뚜렷하게 나온 것은 없다”라며 “독립운동을 한 판결문을 찾고 있고 당시 신문 기사들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경남연구원 소속 연구원들이 사학 전공이 아니고 자료가 많지 않아 발굴 진도가 빠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 속 광복회 경남지부도 나서서 미서훈 독립운동가들의 유공자 선정에 노력하고 있다. 광복회 경남지부는 국립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 등과 함께 도내 미서훈 독립운동자에 대한 자료를 확보 중이다 . 현재까지 미서훈 독립운동가 266명에 대한 법원 자료를 확보해 놓은 상태이다. 박형인 광복회 경남지부장은 “경남은 전국에서 의병 운동이 제일 많았지만, 진주 법원이 불타 자료가 사라져 유공자된 경우가 많이 없는 상황이다”며 “광복회와 학계 그리고 경남도가 힘을 합쳐 미서훈 독립운동가에 대한 자료를 모아 유공자로 인정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도의회에서도 미서훈 독립운동가 발굴 중요성이 언급되기도 했다. 백태현 경남도의원은 지난 6월 도정질문에서“타지역에 비해 미서훈 독립유공자가 많은 경남에서도 적극 행정지원을 통해 현재 저조한 서훈 비율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청년독립회 대장 고 백정기 선생을 비롯한 미서훈 독립유공자 서훈 확대를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행정으로 독립유공자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기홍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적극행정으로 다양한 형태 자료를 확보해야 독립유공자 서훈을 확대할 수 있다. 엄격한 문서증거주의와 소극행정을 탈피해야 한다”며 “거제시는 2019년 미서훈 독립유공자 42명을 발굴했다. 이들은 과거 독립운동에 적극 동참했지만, 판결문 등 관련 근거가 미약해 서훈을 받지 못했으나 그중 15명이 대통령 표창을 받을 수 있었다. 지자체의 적극행정이 보훈부의 문서증거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남에는 1428명이 독립유공자로 인정됐으며, 현재 생존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