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종 중앙회장(맨 왼쪽)을 비롯한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대표단이 지난 18∼22일 베트남 하노이 등을 방문했다. 사진은 베트남 재향군인회를 방문한 참전자회 모습.
한·베 수교 30주년 기념/韓 참전용사들 현지방문해/한때 `적`으로 총구 겨눴던/월남 용사들과 반세기만 화해/호찌민 묘소·생가도 방문/”고엽제 피해자 치료 돕겠다”
[경상뉴스=김용수 기자]베트남전에서 서로 총구를 겨눴던 한국과 베트남 참전용사들이 나란히 서서 함께 전우의 넋을 기렸다. 우리나라의 베트남전 파병이 끝난 지 반세기 만에 이뤄진 화해와 치유의 만남이었다.
26일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참전자회)에 따르면 이화종 참전자회 회장을 비롯한 참전자회 대표단은 지난 18~22일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이 회장이 한·베 민간 교류 활성화를 위한 민간 외교 차원에서 베트남 재향군인회에 제안해 이뤄졌다.
방문 기간에 베트남 측에서 하노이 인근 불교 성지인 옌뜨 사원에서 국군 전사자 5099명을 위한 위령제를 진행했다. 베트남 불교협회장이자 국회의원·공안협회장인 꾸옌 스님이 직접 위령제를 주관했다. 반세기 전 총부리를 맞댔던 양국 참전용사들은 위령제에서 함께 전우들을 기리며 과거의 상흔을 어루만졌다.
이 회장은 위령제를 회상하며 “가슴이 너무 쓰리고 아팠다. 전우 생각에 많이 울었다”며 “인간 대 인간으로 이렇게 평화롭게 협력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데도 일부 정치인들의 오판으로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전쟁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참전자회는 북베트남 정부를 이끌던 호찌민의 묘에 참배하고 그의 생가를 방문했다. 베트남 참전용사들을 대표하는 베트남 재향군인회 쩐하인 회장과 만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재향군인회 측과 “지나간 얘기는 하지 말자. 어쩔 수 없는 국제 정세에서 전쟁을 했던 것이지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다”며 “50여 년이 지났기 때문에 상호 간에 친구가 되자”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우리는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라는 명칭을 가지고 방문했고, 베트남 측에서도 이를 받아줬다”며 “재향군인회 쪽이 전직 장성 출신들이었는데, 우리더러 ‘옛날에 싸웠던 적이 있지’라며 같이 웃었다”고 덧붙였다.
참전자회 측은 베트남 재향군인회에 전쟁으로 인한 고엽제 치료를 위해 한국의 고급 의술을 활용한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도 제안했다. 한국 병원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베트남 참전용사 환자들에게 진료를 제공하고, 한국 측이 현지로 봉사활동도 가기로 했다.
베트남 하노이 지역의 고엽제 피해자 규모는 7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회장은 베트남 재향군인회의 쿠엣비엣중 중장을 만나 “한국과 베트남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모든 분야에서 협력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참전자회 관계자는 “현재 실무진 간에 조율을 하고 있고, 오는 12월께 베트남에서 의료 관련 협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양측은 베트남전 당시 전투 지형 및 국군 포로 관련 정보 교류에 대해서도 협력할 예정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베트남전의 국군 포로는 단 4명이지만, 참전자회 측은 이 규모가 실제로는 수백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참전자회 관계자는 “베트남 측에서는 베트남 인력을 한국이 적극 받아주길 바라는 등 추가적인 협의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베트남전은 1955년부터 1975년까지 20년 가까이 진행됐다. 이 전쟁에 한국은 1964년 9월부터 1973년 3월까지 연인원 34만5000여 명을 파병했다. 참전자회에 따르면 이 중 5099명이 전사했고, 사망자 포함 21만여 명이 고엽제 피해자로 추산된다.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12월 22일 외교관계를 수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