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인 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후문 허경영 국가혁명당 총재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 어르신들이 줄 서있다.
-어버이날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 노인들로 북적/원경스님 “복지사각지대 뚜렷, 지원 중이지만 어렵”-
[경상뉴스=민태식 기자]“자식들? 다 일하러 가있지. 손주들도 바빠. 손 벌려서 뭐해. 각자 사는 거지”
어버이날인 8일 박지형(79)씨는 점심 식사를 위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를 찾았다고 전했다. 박씨는 “어버이날이라고 특별히 다를 것도 없다”며 “산책 삼아 다른 사람들도 만나고 밥도 먹으니 좋다. 자식들 연락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오쯤 원각사 노인무료급식소 앞에는 박씨뿐 아니라 300명 이상의 노인들이 무료급식을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가슴에는 카네이션 한 송이씩을 단 채였다. 자식이나 손주가 어버이날을 맞아 건넨 꽃이 아닌, 급식소를 운영하는 원각사 측에서 적적할 노인들을 위해 마련한 선물이었다.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뿐 아니라 탑골공원 후문 쪽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총재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도 대기줄이 이어졌다. 정오를 살짝 지난 시각, 줄은 탑골공원 정문 쪽까지 이어져 원각사 무료급식소 줄과 맞닿을 정도였다.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마친 이들 중 후문 쪽 무료급식소로 넘어가 도시락을 받는 이들도 있었다. 저녁으로 먹을 식사를 미리 받아둔 것이라고 한다.
어버이날인 이날 무료급식소 앞은 다른 날과 비교해 유독 붐볐다. 원각사 측에서 다른 날보다 1.5배 정도 수량으로 마련한 급식은 오후 1시 전 모두 동났고, 도시락이 떨어져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있었다. 설날, 추석, 어버이날 등 연휴나 기념일에 오히려 노인들이 더 많이 무료급식소를 찾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 무료급식소 앞에서 한 어르신이 원각사 측에서 준비한 카네이션을 달고 있다.
원각사 주지인 원경스님은 “삶이 소외된다고 느끼는 분들일수록 이런 기념일에 더 많이들 오신다”며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하지만 다들 각자만의 사정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원경스님은 “나라가 많이 발전했다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더 늘고 있다. 제도적인 복지 위주기 때문에 개개인의 특별한 어려움을 신경 쓰긴 어렵다”며 “종교단체나 민간단체에서 그 간격을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도 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지속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