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4일 오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서울 서초1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5일 부산서 홀로 사전투표…김 여사 투표 여부 주목/민주당 “야당 대표 부부를 법정 세우고 어디서 뭐 하나”/이준석 “김 여사 등장 여당 악재…투표 안 하면 초유의 일”-
[경상뉴스=민태식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순방 이후 115일 째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윤 대통령이 홀로 사전투표에 나서면서 야당은 김 여사의 행보에 더욱 관심이 쏟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8일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재명 대표 부인) 김혜경씨가 오늘 법인카드 7만8000원을 식대로 유용했다는 혐의로 법정에 출두했다”며 “이 대표도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내일(9일) 재판정에 출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검찰은 야당 대표 부부를 선거운동 마지막날에 재판정에 출두시키는 모습 연출했다”며 “김 여사는 총선을 앞두고 115일째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며 저격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를 감추려는 듯 관례를 깨고 부산에서 홀로 사전 투표를 했다”며 “국가 행사는 물론 해외 순방에서 대통령 곁을 지켰던 김 여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김 여사를 소환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22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부산을 찾아 대통령실 참모들과 사전투표를 했다. 이날 배우자인 김 여사는 동행하지 않아 김 여사의 투표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렸다.
경기 화성을에서 뛰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윤 대통령이 김 여사 없이 사전투표한 것을 두고 “왜 그런 식의 기획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진퇴양난을 자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날 KBC 광주방송에 출연해 “만약 김 여사가 따로 용산에서 본투표를 하는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그것도 또 다른 억측을 낳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영부인이 실제로 투표를 안 하셨는지 아니면 다른 데서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안 하신 거라면 이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이 배우자와 함께 투표를 해왔던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이 혼자 투표를 감행한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께서 투표하시는 장면은 굉장히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는데, 그러다 보면 최근 두세 달간 잊혔던 김 여사가 다시 노출돼 여당의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하지만) 본 투표장에 가도 어차피 노출될 것이고 본투표에 참여 안 하시면 투표 안 하는 영부인이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며 “누가 기획한 건지는 몰라도 진퇴양난을 자초한 것”이라고 거듭 꼬집었다.
김 여사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외신들도 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 영부인이 큰 선거를 앞두고 세간의 주목을 피하고 있다(South Korea’s first lady avoids limelight ahead of high-stakes election)”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로이터는 해당 기사에서 “한국 영부인이 지난해 12월15일 이후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번 달에 큰(high-stakes) 의회선거가 예정돼 있는 만큼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여사가 네덜란드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후 전례 없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분석가들은 정치적 결정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어떤 부정적인 논평으로부터 여당을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매체인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 역시 지난달 20일 “김 여사는 어디에? 한국 영부인의 부재가 낳는 의문들(Where is Kim Keon-hee? South Korean Frirst Lady’s absence raises questions)”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한편 여권 안팎에선 김 여사가 본투표가 실시되는 10일 당일 늦은 시각 조용히 한 표를 행사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앞서 김 여사는 2022년 대선 당시 자택 인근인 서울 서초1동 주민센터에서 홀로 사전투표를 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엔 사전투표 첫날 서울 용산구의회 사전투표소에서 부부가 함께 투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