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민이 ‘쌀값 폭락 규탄! 영암 농민 총궐기대회가 열린 26일 오전 전남 영암군 군서면에서 갈아엎은 논을 바라보고 있다. 2022.08.26
영암서 ‘쌀값 폭락 규탄’ 농민 총궐기 대회/전년 대비 23.5% 급락, 45년만에 최대 하락/쌀값 보장·밥상용 수입쌀 방출중단 등 요구
[경상뉴스=이계원 기자] “피땀 흘려 농사를 지었는데도 담배 한보루를 못산다면 말이 됩니까. 이런 상황에서 쌀 농사를 짓고 있으니 모두가 저를 미친놈이라 합니다.”
26일 오전 전남 영암군 군서면 동구림리의 한 벼 논에서는 쌀값 폭락에 따른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농민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한창 벼 낟알이 익어가는 농민 최치원(46)씨의 논 2970㎡(900여평)가 갈어엎어졌다.
최씨의 논에는 쌀을 수확하는 콤바인이 아닌 트렉터가 등장했고, 트랙터가 지나간 논은 쑥대밭으로 변해버렸다.
이른 봄부터 논을 갈고 볍씨를 담가 파종을 하고 정성을 들여 애지중지 키웠던 벼가 힘없이 쓰러지는 모습을 농민들은 우두커니 지켜만 봐야 했다.
최씨는 “5월 말 모내기를 하고 이삭거름과 제초작업 등 정성들여 키운 벼를 갈아엎는 것을 보니 미치겠다”면서 “오죽하면 논을 갈아 엎겠습니까. 이렇게라도 해야 나락값이 오를 것 같아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내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15일 20㎏ 기준 4만 2522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5만 5630원에 비해 23.5% 급락했다.
반면, 지난 7월 말 기준 쌀 재고량은 48만 6000t으로 지난해 28만t에 비해 70% 가량 늘어났다. 올 햅쌀이 나올 경우 가격의 추가 폭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가격 폭락이 지속될 경우 지역농협들에서도 올해 햅쌀 수매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처지이다. 지역농협의 경우 지난해 평균 6만 4000원(40㎏ 조곡) 수준에서 쌀을 사들였지만 현재 쌀값을 고려하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전국쌀생산협회 영암군지부 한봉호 회장은 “농산물 가격은 중앙정부의 정책에 따라 요통을 쳐 왔다”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농민들은 파산할 지경”이라고 정부의 정책을 비난했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세 차례에 걸쳐 쌀 37만t을 시장격리 조치했다. 하지만 시기를 놓치고 ‘최저가 입찰과 역공매’라는 잘못된 방식으로 오히려 가격 폭락만 가져왔다고 농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한 농민은 “기름값, 비룟값,농약값, 인건비, 대출이자 등 모두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데 유일하게 농민들의 목숨값인 쌀값만 끝없이 폭락하고 있다”면서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농민들은 쌀값보장과 양곡관리법 개정, 구곡전량 시장격리, 밥상용 수입쌀 방출 중단 등을 요구했다. 집회를 마친 농민들은 차량을 앞세우고 전남도청으로 이동해 집단삭발식을 갖고 농민들의 의견서를 전남도에 전달했다.
한편, 농민들은 오는 29일 서울역에서 ‘쌀시장 격리 및 농업생산비보전 대책’을 촉구하는 전국농민대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