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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AI 인수와 일부 이전,「사천·서부경남의 생명줄을 끊는 자해적 폭거다.」

▲ 강희진 작가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이자 서부경남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민간 대기업의 지분 매입과 인수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사천을 비롯한 서부경남 지역에서는 “혹시 KAI의 주요 기능이나 시설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KAI는 단순히 하나의 기업이 아니다. 사천과 서부경남에 수많은 협력업체가 자리 잡고 있고, 지역의 많은 주민들이 KAI와 관련된 일자리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항공우주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산업 생태계 역시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졌다. 따라서 KAI의 변화는 한 기업의 경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지역 경제와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KAI의 핵심 연구·개발 기능이나 생산시설 등이 다른 지역으로 일부라도 이전되는 상황이다. 사천이 오늘날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KAI를 중심으로 관련 기업과 기술, 인력, 연구 기반이 오랫동안 집적돼 왔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청이 사천에 자리 잡은 것도 이러한 산업적 기반과 무관하지 않다. 이미 사천에는 항공우주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업과 인력, 관련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KAI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산업 생태계가 지역에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사천이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의 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그런데 만약 KAI의 중요한 연구·개발이나 생산 기능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업 하나의 일부 기능이 이동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협력업체와 전문 인력까지 함께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에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를 끌어들이기는커녕 기존 산업 기반마저 약화될 수 있다.

결국 사천은 이름만 ‘우주항공 수도’로 남고, 실제로는 핵심 연구와 산업 기능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도시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청년들이 떠나게 되면 인구 감소와 지역경제 침체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우려와 관련해 사천시민연대 공동대표 박정구 씨는 KAI의 중요성을 단순히 매출이나 기업 규모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박 공동대표는 KAI가 사천과 서부경남에 수많은 협력업체와 일자리를 만들어왔으며,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관련 산업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항공우주산업은 오랜 기간 축적된 기술과 인력, 협력업체, 연구 기반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한 번 형성된 산업 생태계가 다른 지역으로 쉽게 옮겨갈 수 있는 성격의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 박 공동대표의 주장이다.

기업의 경영권과 지분 문제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안보와 방위산업, 항공우주산업이라는 KAI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일반 기업과 똑같은 기준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박 공동대표의 지적이다. 특히 KAI의 경영권 변화가 국가 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과 지역 산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우려와 함께 KAI 노동조합 역시 회사의 경영권 변화와 주요 기능 이전 가능성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KAI 노동조합은 무엇보다 KAI가 사천에 뿌리내린 국가 항공우주산업의 핵심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경영권 변화 과정에서 회사의 핵심 연구개발 기능과 생산 기반, 전문 인력이 사천을 떠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노동조합의 주장은 단순히 기존 일자리를 지켜달라는 요구에 머물지 않는다. KAI를 중심으로 형성된 사천·서부경남의 항공우주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KAI의 핵심 기능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협력업체와 전문인력의 연쇄적인 이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는 결국 지역의 고용과 경제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KAI 노동조합은 또한 기업의 효율성과 수익성만을 앞세운 경영 판단으로는 국가 항공우주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KAI는 일반적인 민간기업과 달리 방위산업과 항공우주산업이라는 국가 전략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 변화 역시 국가 경쟁력과 산업 생태계라는 보다 큰 틀에서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천과 서부경남의 산업 기반을 지키는 일이다. 기업의 효율성과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국가 기간산업으로서의 역할과 지역사회와의 상생 역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러한 지역사회의 우려를 단순한 지역 이기주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KAI가 사천에 뿌리내리고 성장한 과정에는 지역 주민들의 노력과 희생,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산업 기반이 있었다. 그 기반이 한순간에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 있게 살펴야 한다.

KAI 노동조합 역시 일방적인 인수나 지분 확대를 둘러싼 논란보다는 KAI의 독립성과 경쟁력을 지키면서 사천과 서부경남의 산업 생태계를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KAI의 주요 기능과 핵심 인력이 사천을 떠나지 않도록 하고, 오히려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을 더욱 강화해 지역과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천과 서부경남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지금까지 어렵게 만들어온 지역의 산업 기반과 일자리를 지키고, 앞으로도 우리 지역의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꿈을 펼칠 수 있는 미래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사천시민연대 공동대표 박정구 씨와 KAI 노동조합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KAI의 변화가 단순한 기업 내부의 경영 문제가 아니라 사천과 서부경남의 고용과 산업 생태계, 나아가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KAI의 핵심 기반이 사천을 떠나는 순간,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지역의 산업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과 국가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사천과 서부경남의 미래를 지키는 일은 곧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KAI가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 사천이 대한민국 우주항공산업의 중심도시로 계속 발전할 수 있도록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할 때다.

지역의 생존권과 미래 세대의 일자리를 위해 KAI의 사천 존치와 지역 상생을 지켜내야 한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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