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모습. 2025.09.22.
-‘비핵화 포기’ 장벽 높은 대화 조건 제시/”협상 문턱 높여 핵 보유 기정사실화 의도”/판문점 깜짝 만남 가능성 주목-
[경상뉴스=민태식 선임기자] 남빛나라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미대화 조건을 언급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포기’라는 장벽이 높은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21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2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친분을 개인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트럼프 1기 시절 세 차례 대면했으며,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의 마지막 방한 당시 판문점에서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참석차 방한하면 판문점 회동 때처럼 물리적으로 두 정상이 매우 가까워진다.
지난해 11월 재집권이 확정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한 발언은 자제해왔다.
이번에는 작심한 듯 1만9000자 분량 연설 절반 이상을 남북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 재확인, ‘핵 포기 불가’ 의지 표명, 대미 대화 조건 제시에 할애했다.
김 위원장은 남한을 철저한 적으로 취급하고, 미국과는 비핵화가 아닌 다른 의제로 협상하겠다는 기조를 강조했다.
그는 “단언하건대 우리에게서 《비핵화》 라는 것은 절대로,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북미대화 관건은 김 위원장의 요구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할지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는 북한 비핵화 원칙을 강조해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로 부르며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 혹은 용인하고 있다는 논란을 불렀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를 위해 비핵화 원칙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장 APEC을 계기로 북미정상이 만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APEC 참가국들이 북한의 입장을 인지한 상태에서 다자무대에서 만나게끔 하려는 의도는 있다”며 “다만 눈앞에 닥친 특정한 협상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본인들의 강경한 원칙을 재천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를 특정 표적으로 삼아 미국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려 하고 있다”며 “협상 문턱을 높여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하려는 의도가 더 강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