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종로구 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수기 분류하고 있다. ⓒ뉴시스
- -박중배 부위원장 “전체 80%를 기초단체 공무원들이 도맡아, 최저임금도 안 되는 낮은 수당 문제도 해결돼야”-
[경상뉴스=민태식 기자]정부가 오는 4월 총선 개표 과정에서 전자개표한 투표지를 사람이 전부 확인하는 수개표 방식을 다시 도입할 방침인 가운데, 공무원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조 박중배 부위원장은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현재 지자체 공무원 위주의 강제 인력 동원과 최저임금도 안 되는 낮은 수당, 하루 13시간의 긴 투표 시간이 문제”라며 “지난 총선 때도 투표 사무의 46%, 개표 사무의 34%, 전체 80%를 기초단체 공무원들이 도맡아 했다”고 지적했다.
박 부위원장은 일부 극우세력이 제기한 부정투표 의혹으로 정부가 수개표 방식을 도입하려는 데 대해선 “개표 사무의 경우 필수인력은 공무원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참여해서 참관인 입회하에 공정하게 해왔고, 한 번도 문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수검표 방식은 그동안 일일이 사람 손으로 분류하는 방식을 빠른 개표를 위해 투표지 분류 기계를 이용해서 1차로 걸러내고, 또 두세 번 확인 작업을 거쳤다”며 “만약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하지 않고 2002년 이전처럼 완전 수개표를 하면 결과는 똑같이 나오겠지만, 밤샘 작업과 엄청난 인력과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박 부위원장은 실제 총선에서 수개표를 도입할 경우 지금보다 2배 이상의 인원이 동원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빨리 개표가 되고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는데, 밤샘으로 꼬박 투표(개표)를 해도 다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선거사무에 유독 공무원만 강제 동원되는 데 대해서는 “실제로 개표에서 전문성을 띤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범위는 검사 집계부 쪽하고 투표 분류기 쪽”이라며 “처음에 개함하고, 투표용지를 분류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모든 개표 과정에서 각 정당의 참관인들이 입회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의 문제는 있을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 부위원장은 공무원에게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호소했다. 박 부위원장은 “기존에 수당 6만원 주는 것을 조금 인상해, 이번 총선에는 하루 14시간 근무에 13만원을 투표 사무원 수당으로 지급한다. (그런데) 참관만 하는 참관인의 경우에는 6시간 근무에 수당이 10만원으로 인상됐다”며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게 문제고, 투표 사무원과 개표 사무원이 새벽에 출근하고 새벽에 퇴근하는데 교통비도 책정돼 있지 않고 식사도 한 끼 7천원으로 책정되니까 주변 식당에서 이 가격으로 밥 먹을 데가 없다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런 부분을 계속 얘기하면 선관위에서는 기재부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 기재부에서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못 한다고 하고 행정안전부에서는 국회에서 법 개정이 돼야 할 수 있다고 미룬다”며 “참관인 수당은 당원들을 위한 수당이라 일사천리로 처리하는데 민간인의 투·개표 사무 수당에 대해서는 너무 인색하다. 빠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국회의원의 직무태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부위원장은 “기본 투표 인력 중에서 필수인력인 30~40%는 공무원과 선거관리위원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래야 선거의 공정성을 기할 수 있다”면서도 “나머지 인력은 민간인이나 국가직 공무원, 교육청 공무원, 공공기관 공무원 등이 참여해야지 (수개표가) 가능하지 국회에서 얘기한 대로 전부 (지자체) 공무원만 개표에 참여를 시키면, 그렇게 할 인원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 부위원장은 수당 현실화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동원 거부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수당을 올려주지 못하면 외국처럼 투표 시간을 8시간으로 줄여야 한다”며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사전투표 2일, 본투표 1일로 투표 시간은 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13~14시간으로 아주 장시간이다. 이렇게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부위원장은 “투표 사무 위축은 공법상 계약 관계이기 때문에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했던 것처럼, 투·개표 사무원 간사와 서기를 포함한 선거사무종사 위촉 거부 운동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