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광주 여성 소방관 A씨와 약혼자가 나눈 메신저 대화(왼쪽)·해외여행 전 A씨가 친구와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 (사진=유족 측 제공) 2026.06.15.
-국조실 확인… 17명 징계 요구/“오빠라 불러라… 서장 술 받아라”/사망 원인 남친 탓으로 왜곡까지/새벽 2시까지 이어진 회식, 남성상급자 옆자리 배석 강요/폭탄주 강요에 주말엔 소방서장 장인상 빈소 상차림까지/이 대통령 “최악의 직장 내 갑질”-
[경상뉴스=김영수 선임기자]지난해 10월 숨진 20대 여성 소방관에게 회식과 음주를 강요하고 유족의 감찰 요구를 뭉갠 소방의 조직적 비위 의혹이 사실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의 소방서는 갑질 가해자가 감찰부서장을 맡아 비위 의혹 사건을 ‘특이사항 없음’으로 종결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최근 2주간 소방청과 광주소방안전본부, 광산소방서를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A씨는 사내 회식 참여를 사실상 강요받아 2024년 7월부터 15개월간 24차례 술자리에 참석했다. 일부 회식은 ‘나이트’나 노래방 등에서 심야까지 이어졌다.
상사들은 이른바 ‘파도타기’ 등을 진행해 A씨에게 폭탄주 ‘원샷’을 강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서장·과장 등 남성 상사 옆에 앉도록 하고 “편하게 오빠라고 부르라”고 하는 등 부적절한 호칭 사용도 강요했다. 술자리에서는 “서장과 과장 사이에 앉아라” “서장에게 인사드리고 술 받아라” 등의 요구도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전임 서장의 부친상과 장인상에서의 상차림 등 심부름, 주말까지 이어진 서장의 퇴임식 행사 준비, 상사의 차량 운전 등 사적 지시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예비신부였던 A씨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감찰을 요구했으나 광산소방서는 형식적 사실관계 확인만 거쳐 ‘특이사항 없음’으로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부서장이 감찰부서장으로 사실상 ‘셀프 조사’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광주소방본부는 A씨 사망 후 작성한 면직 인사 관련 공문서에 죽음의 배경에 마치 ‘남자친구(약혼자)와의 문제’가 있는 것처럼 내용을 왜곡했다.
A씨의 남자친구가 문제를 제기했으나 광주소방안전본부는 “객관적 증빙자료가 제출되면 향후 조사를 시행하겠다”며 조사를 미룬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 본청은 지난 5월 노동조합의 문제 제기로 뒤늦게 감찰 계획을 수립했으나 이마저도 부실한 수준이었다. 국무조정실은 광산소방서 9명, 광주소방안전본부 6명, 소방청 본청 2명 등 17명에 대한 징계처분을 소방청에 요구키로 했다. 퇴직자 2명에 대해선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사망사고는 소방 조직의 전근대적 내부 문화와 부실한 소방관 인권 보호 실태에 기인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이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직장 내 갑질이라고 하는 것, 그것도 최악의 갑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가 얼마 전 국무조정실에 조사해보라고 했더니 다 사실로 드러났다고 한다”고 말했다.













